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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세상의 변화 그리고 선생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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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27  12: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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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학생으로서 교육을 받았던 시기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표현을 배웠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는 주로 스승과 제자라는 말로 표현됐다. 학생이 아닌, 교수로서 가르치는 처지인 현재는 선생과 학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표현의 변화 속에는 의미의 변화도 내재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가까워진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라는 세상의 변화는 이러한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멀어지는 변화이다. 필자가 우리 학교에 온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필자도 젊었기에 학생들과 수업 이외의 시간과 장소에서도 많은 진솔한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그때의 학생들과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고 만나면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교육에서의 선생과 학생에서 이제는 인생에서의 선배와 후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선생과 학생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면 사회의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람이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선생과 학생은 성인 대 성인으로서 그런 사회적 관계 수행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경험을 겪어보지 못한다는 것은 대학 이후의 사회에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세상의 변화가 가져오고 있는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변화 속에 관계 형성의 경험을 없게 만들고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통한 지식의 전수와 함께 지금까지의 경험도 전해주는 게 선생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과의 나이 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바뀌지만, 나잇대는 변함이 없는 데 반해 필자는 계속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세대가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벌어지고 세대가 바뀌어도 선생으로서 그들에게 변함없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자로서의 선생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서로 직접 보는 것조차 어려워진 세상의 변화는 이마저도 힘들게 하고 있다.

결국, 이제는 앉아서 기다리는 선생이 아닌 서서 다가가는 선생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선생으로선 힘든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맞춰 선생과 학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선생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누가 먼저 다가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세상이다. 누구라도 먼저 벽을 허무는 게 더 필요한 세상이다. 필자도 올해부터는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먼저 다가가는 선생이 되는 노력을 해보고자 한다.

세상의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고 선생과 학생의 관계 모습도 변해왔다. 하지만 변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게 선생과 학생의 관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권재웅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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