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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레벨업의 첫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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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08  1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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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 좋아하세요?’ 농구는 좋아하지 않지만, 농구 만화 슬램덩크는 아주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유학 갈 때에도 가방에 넣어 갔다. 우편으로 보냈다가는 망가질 것 같아서.

슬램덩크. 이 작품을 모두가 다 안다고 가정하는 것은 꼰대의 헛된 바람인가 싶어 짤막하게 설명을 하자면, 1990년대에 연재된,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농구 초심자 강백호가 고등학교에서 농구부 활동을 하며 성장하는 스포츠 성장 만화이다. 등장인물인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등의 이름이 아직도 언급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우울할 때, 힘들 때, 무기력할 때, 즐거울 때 슬램덩크를 보면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곤 했다. 내가 무기력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이 들면 슬램덩크 16권을 꺼내든다.

등장인물 중 방황의 세월을 보낸 정대만이 가장 중요한 시합에서 체력 부족으로 도중에 쓰러지고, 벤치로 나와서 이온음료 캔 뚜껑을 힘들게 따면서 눈물과 함께 “왜 난 그렇게 헛된 시간을...”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나의 팔, 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했다.


그런데 학생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있다. 슛을 전혀 쏘지 못하는 강백호에게 특별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이다. 농구부 감독인 안선생님은 강백호에게 슛을 하라고 하고는 그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서 강백호에게 보여준다. 강백호는 엉성한 자세로 슛을 쏘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려고 한다. 그 때 안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풋내기가 상급자로 가는 과정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많은 학생들이 꺼려하는 것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이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영어 시험(TOEIC)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앞으로의 계획만을 이야기 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학원에서 실력을 쌓아서, 9월 시험에서 몇 점 이상 얻을께요.’ ‘하루에 세 시간 씩 영어 공부를 해서 이번 가을에는 시험을 보려고 해요.’ 하지만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꺼린다.

물론 현재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는데, 굳이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안선생님이 말했듯이 지금 내 모습을 보고, 나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첫 단계이다.

영어 시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


잠을 못자는 불면증 증상이 있거나, 무기력한 날이 계속되는 우울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공부에 쉽게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할 지 고민이 많은 경우에도 우리는 지금의 나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그 진단을 바탕으로 발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시대이지만, 결국 우리가 가장 많이 보고, 이해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지금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자. 그 모습 위에 노력을 덧씌운다면, 얼마 후 한 단계 레벨업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훈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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