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의 본질은 테러방지가 아닌 국정원의 권력장악
국민에 대한 일상적 감시는 민주국가임을 포기하는 것

  지난 11월27일 정오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이하국정원) 앞에서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 날 열린 집회는 이미 전경들이 바리게이트를 친 상태로 시민단체들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돼 초반부터 시민단체들과 전경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먼저 집회의 사회자는 “이미 테러방지법은 국회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하며 “인권단체들이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알지만 아직 힘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날 진행된 집회는 민가협 상임의장, 사회진보연대의 이상훈 정책기획부장의 연대사, 인권운동사랑방 문은숙 사무국장의 경과보고, 민주노조연합 박 사무처장의 성명서 낭독, 대표단의 항의서한 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민가협 임기란 상임의장은 연대사에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옳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국가는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저지하고 있다”며 “많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테러방지법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법이며 이 법이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임 상임의장은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어쩌면 바위에 계란 치기와 같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의 작은 외침을 천배 만배 울리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진 테러방지법안의 경과보고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사무국장은 “국정원의 ‘음지에서 양지’라고 하는 구호는 바뀌었지만 음지의 권력을 꿈꾸는 국정원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류 사무국장은 “이 법의 본질은 테러방지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있다”고 말하며 “국정원이 일상적인 국민을 감시한다는 말은 곧 민주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류사무국장은 “몇 년간 준비한 민생법안은 막혀있는데 우리의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법만은 입법예고 된지 보름만에 국회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하며 쾌속질주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을 비난했다.

  이어서 ‘국정원은 국민 기만 중단하고 테러방지법안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민의련의 박진배 사무처장이 낭독했다. 성명서에서 박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국정원이 발표한 테러방지법은 일반 시민들도 납득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한 인권침해 조항이 있어 명시적인 조항들을 수정·삭제했다”고 말하며 “하지만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국정원의 야심을 드러낸 것 뿐”이라고 말하며 국정원의 이 같은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박 사무처장은 “현재에도 온갖 비리가 몰려있어 인권침해 시비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이 권한과 업무를 확대하는 법안을 졸속으로 밀어 붙인다면 역사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성명서 낭독이 있은 뒤 집회참석자들은 국정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국정원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대치하고 있던 70여명의 전경과 약간의 몸싸움을 벌이고 나서야 대표단 6명만이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오전 테러방지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욱 기자 vitamin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