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3일 사회대 한마당 행사를 학교측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앙관 앞에서 강행한 점과 사회대 과방에 벽그림을 그린 것에 대해 학교측은 책임자 4명의 징계 처리를 위해 본인들에게 진술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는 진술서를 쓴다는 자체가 이번 사회대 한마당 행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 진술서 작성을 거부했다. 이외에도 징계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점 사항들이 있기에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클리지어 광장 사용에 관한 문제이다. 대학이란 공간이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얼마나 당당히 살아갈 것인가를 배우는 공간이라면 사상·결사·집회의 자유가 사회의 어느 공간보다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부분을 담보할 수 있는 상징적·실질적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학교에는 바로 이클리지어 광장이 지금까지 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우리학교의 가장 큰 문제인 ‘공간부족’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지금도 불변하다고 생각한다. 또 집회 공간이 ‘신고제’라고 명백히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가제’ 형식이 돼 버린 학교 행정이 모순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측에서는 “왜 하필 여기냐 학생회관 앞 노천극장(?)도 있지 않느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에서 말하는 그 공간은 학생회관이 지어질 당시 학생들과 합의하지 않은 공간일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그 공간은 노천극장으로 설계됐던 공간이 아니어서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너무 협소한 공간이다. 또한 이클리지어광장에서 사회대한마당 행사를 강행한 것은 바로 2학기 개강 이후 그리고 연대항쟁 이후 학생 자치권 탄압-노래 동아리들의 강의실 사용 금지, 학복위 사업 불허, 대자보 현수막 강제 철거 등-에 대항해 자주학원 건설의 상징적인 의미로써 이클리지어 광장을 선택한 것이다.

  둘째, 사회대 과방에 벽그림을 그린데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학생회’란 간단히 말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위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대 과방은 사회대 8개과 학우들이 사용하는 곳이다. 학우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에 학우들의 힘으로 과방을 꾸미는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인지 학교측에 되묻고 싶다. 현재 사회대의 8개 과방은 가건물이기 때문에 겉보기에 너무 딱딱하며 심하게 말하자면 쇠창살이 있는 감옥 같다. 그런 과방을 사용하는 학우들이 의견을 제기해 와 8개 과를 대표하는 과학생회장들과 함께 고민한 끝에 우리의 손으로 벽그림을 그려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던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는 의지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우려하는 대로 그림 내용이 특정 정치적 사안이 담긴 것도 아니고 우리학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물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 뿐인데 왜 벽그림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학교측은 “학교 기물은 절대(?) 손대서는 안된다”며 “벽그림이 학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상황을 미뤄 볼 때, 지난 여름 사회대 과연합 해오름제 행사의 일환으로(89년 이후 처음) 그려진 바닥그림에 무참히 검은 페인트 칠을 해버린 것은 단순한 학칙의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5천 한림 학우들의 명확한 판단속에서 평가되기를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당일 교수님들의 연구와 대학원 수업에 폐를 끼친 것과 지도위원회에 회부돼 여러 교수님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

/ 채정아(사회복지학과·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