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연합회 대표자회의 소집이 불가능할 경우, 또는 정족수 미달로 인해 대표자회의에서 위임받았을 경우 대표자회의의 업무 및 권한을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에 의결, 집행하고 이를 사후에 보고할 수 있다』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회칙 중 제5장 운영위에 관련된 부분이다. 운영위는 동연 회장단 및 각 분과장들로 구성되는 상임 심의조정기구로 선거시 선거를 지휘, 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맡는다. 이 경우 위원장은 동연회장이 맡게 되며, 회장이 부재시 부회장이 그 역할을 대행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위원이 선거의 후보로 출마할 경우 위원은 물론이거니와 위원장은 더욱 될 수 없다. 지난 11월6일 17대 동연 마지막 대표자회의에서 선거 등록공고를 7일에, 투표를 27일에 하기로 결정하고 동연부회장 조영경(사과·정외·3년)양은 사회대학생회 정후보출마로 인해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이날 결정할 예정이었던 회칙개정 및 선거일정확정 등의 사안들이 정족수 미달로 의결을 할 수 없게 되자 대표자회의의 권한을 운영위로 넘겼다.

  하지만 운영위는 이러한 내용을 추후 공고하지 않았고 따라서 동아리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던 상황이었다. 또한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의 위원장자리가 공석이 된 상태에서의 부회장 사퇴는 무책임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러나 선거가 내년 3월로 넘어가게 될 경우 방학 중 동연이 해야할 중앙동아리 등록이나 새내기새로배움터 준비 등이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선관위원장을 선출했다. 여기에는 현 시기가 각 동아리들이 종강총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체 동아리대표자들을 소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이다. 그렇지만 전체 동아리들을 대상으로 공신력있는 인준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위원장 선출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위원장으로 추대됐던 전시·창작분과장 김홍근(정보통신공학부·2년)군은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김용희(사과·심리·4년)군은 “사회대학생회 선거로 인한 17대 동연간부의 전원사퇴는 한림학생사회를 깎아먹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이번 일이 후에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마땅히 모든 동아리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 현재의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것은 물론 17대 동연을 평갇반성하고 이후 선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영경양은 “선거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사퇴해 무책임한 점, 선거를 급하게 준비한 점 등은 분명히 잘못한 점임을 시인한다”고 밝히며 “하지만 방중 동연 활동 때문에 선거를 신속하게 진행해야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바라봤을 때 분과회의를 통한 선관위원장 인준 및 선거진행 이상 더 좋은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선관위는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에 대해 운영위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 각 분과장들이 분과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기로 결정했다. 방중 사업을 할 수 없게 될지라도 학생들로부터 인준을 받지 않은 대표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동아리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안을 제시하고 앞으로 선거방향을 결정한다면 좋겠지만 시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부분이 어쩔 수 없는 학생사회의 단면이라는 부분은 이번 일에 문제를 제기한 김용희군도 간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제는 17대 동연이 책임있는 모습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일만 남았다. 회의를 통해 나온 내용이 공개 사과문을 또 작성하던 징계를 받는 것이건 그것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비록 모든 구성원을 통한 대안결정은 할 수 없겠지만 분과회의가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이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운영위는 이어받은 동연의 권한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과회의 추진 등 맡은 역할의 수행을 확실히 해야할 것이다.

/ 홍경희 기자 han-h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