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학년도 11월30일 의학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17대 총학생회 후보단에 대한 찬 / 반 투표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결과 총 투표율이 44.6%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자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12월1일까지 연장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에 대한 논란이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이뤄졌다.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이나 결정내용 공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선관위 안에서만 이야기됐다는 것이 그 문제의 중심이었다. 이는 선거시행세칙을 무시한 행태였기에 비판받아 마땅했다. 그리고 2001학년도 11월7일부터 한림학생사회는 총학생회 및 각 단대학생회 후보단이 모두 입후보를 끝낸 후 약 2주 동안 학생회를 낳기 위해 선거라는 태동을 겪었다. 그 결과 현재 18대 총학생회 및 단대학생회(자연대 제외)가 모두 꾸려져 있는 상태다.

  지난 3년간 부재한 대의원회를 대신해 선거를 준비할 중선관위를 일정한 대의체계 안에서 구성한 이번 선거의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하지만 선거시행세칙을 접해보지 않았던 학생들이 구성한 중선관위가 선거를 진행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었던 것인가? 종종 후보단들의 돌출된 행동들에 대한 제재가 꼼꼼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선거운동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는 총학생회나 언론기구 등에 오가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물론 지난해처럼 현직 총학생회 간부가 아닌 학생들로 꾸려진 중선관위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한림학생사회를 복원시키려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현재 중선관위를 바라보는 것은 좋다.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이 어느 때보다도 공정했다는 평가 역시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기구가 세워졌다는 데 의의를 부여하기에는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구성에만 급급한 나머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를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방식의 중선관위 구성이었기에 선례나 관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집행의 어려운 점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히 고민하고 짚고 넘어가야 하는 과정을 생략한 상태에서는 그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중선관위에서 남은 자연대학생회나 졸업준비위원회의 선거를 더더욱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에 나서주길 바란다.

/ 홍경희 기자 @han-h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