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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원래는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뉴암스테르담’ 영국이 ‘뉴욕’으로 바꾸고 깃발에 주황색 넣어아일랜드는 가톨릭의 초록, 개신교의 주황, 평화의 흰색 넣은 삼색기 미국,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콜럼비아 등에선 죄수복이 오렌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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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11  07: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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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7년 개봉된 미 영화 ‘콘에어’는 니콜라스 케이지, 존 말코비치, 스티브 부세미 등이 출연해 호화 배역진을 자랑한 작품이다. 흥행에서도 상당히 성공을 거둔 이 영화의 제목 ‘콘에어’는 죄수를 뜻하는 단어 ‘CONVICTED’(유죄 판결을 받은)와 ‘AIRPLANE’(비행기)을 합친 단어이며 사진 속의 중범죄자들은 모두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오렌지가 네덜란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또 다른 실례가 오늘날의 뉴욕시 깃발에 잘 나타나 있다. 수직 삼색기인 뉴욕기의 오른쪽이 오렌지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뉴욕 깃발에 네덜란드의 오렌지색이 진출했을까?

사연은 이렇다. 네덜란드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물리치고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던 17세기, 미국의 동부 해안 역시 네덜란드가 점령해 지금의 뉴욕은 ‘뉴암스테르담’이라 명명했다. 더불어 뉴암스테르담에는 네덜란드 왕가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고. 하지만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영국이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급기야는 뉴암스테르담을 빼앗게 된다. 당시 네덜란드인들은 뉴암스테르담의 남쪽에 긴 벽을 쌓아 영국군을 막았지만 결국 영국군에 패배했고 영국은 당시 국왕이었던 찰스 2세가 자신의 동생, 요크공에게 이 땅을 하사하자 ‘뉴욕’으로 도시명을 바꾸었다. 이때 네덜란드인들이 쌓은 방어벽을 따라 ‘월스트리트’(Wall Street)라는 길이 생겼고 지금은 세계 금융가의 중심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뉴암스테르담을 차지한 영국인들이 뉴욕 깃발을 만들면서 네덜란드의 우선권을 존중해 깃발 오른쪽에 오렌지색을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영국인들의 염색 기술이 네덜란드인들보다 훨씬 뛰어났던지 오렌지색 줄무늬는 뉴욕기에서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네덜란드와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자면 네덜란드에는 지금도 이른바 ‘오렌지색의 날’이라는 기념일이 있다. 매년 4월에 열리는 ‘왕의 날’(코니헤스다흐)이 그것으로 참가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렌지색으로 차려 입고 ‘정상의 오렌지’라는 뜻의 ‘오라녜 보벤’(Oranje boven)을 목청껏 외친다. 물론, 월드컵을 비롯해 국가 대표의 유니폼 역시, 대부분 오렌지색이고. 그런 까닭에 네덜란드의 후손들이 차지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북부 지역은 19세기 후반 ‘오렌지 자유주’로 존재하다 영국과의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1902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기 가운데 오렌지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유럽 국가로는 아일랜드를 꼽아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성 패트릭이 아일랜드인들을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과정에서 세잎 클로버인 토끼풀이 성부-성자-성인의 삼위일체에 대한 적절한 비유로 잘 먹혀들면서 아일랜드에서의 가톨릭 선교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후 개신교가 아일랜드에 당도해 양쪽이 거세게 충돌하면서 결국 아일랜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공존을 염원하는 삼색기를 도입하게 된다. 물론, 토끼풀을 의미하는 초록색과 함께 개신교의 상징색이 된 네덜란드의 오렌지색이 아일랜드 국기의 양쪽에 자리하게 되었고 가운데는 두 종교 사이의 평화를 염원하는 흰색이 자리했다.

그렇다면 국기 이외에 오렌지색이 유명세를 떨치는 분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주황색이 국제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분야로는 죄수복을 꼽아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죄수복이 파란색이지만 형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미결수들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는다. 무려 7가지의 죄수복 색깔을 도입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도 미결수가 오렌지색 옷을 입는다. 또 콜럼비아에서는 폭력범이, 필리핀에서는 20년형 이상의 장기복역수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는다.

하지만 오렌지색 죄수복으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미국이다. 구글을 통해 알아보니 197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오렌지색 죄수복은 원래 죄인들의 호송복이었는데 이는 도중에 탈출할 경우, 경찰이나 민간인이 쉽게 인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 대부분의 교도소에서 죄인들에게 오렌지복을 입히고 있다. 미국의 죄수복이 오렌지색임을 잘 보여준 영화로는 1997년에 개봉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콘 에어’가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 역시, 일급 죄수들을 비행기로 호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9.11 테러의 주범들이 모여 있던 쿠바 관타나모 기지의 죄수들 역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미 전역의 죄수들이 모두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는 것은 아니다. 구글에서 알아보니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카운티는 죄수들에게 분홍색 셔츠와 노란색-흰색 줄무니의 바지를 입히고 있다. 아리조나의 한 카운티에서는 흰색, 검은색 줄의 유니폼과 오렌지색의 점프복, 그리고 분홍색 팬티를 입히고 있고.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죄수복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 국가에서는 죄수들이 평상복을 입고 교도소에서 생활한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자면 이웃나라 일본의 죄수복은 녹색이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파란색, 타이완은 형광녹색이다. 또 호주는 죄수복이 녹색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오렌지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보라색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지는 9월 중순이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맘껏 즐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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