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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베트남전서 뿌려진 고엽제는 ‘에이전트 오렌지’ 비행기 운행 기록장치인 ‘블랙박스’도 오렌지 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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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2  09: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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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로고 색이 오렌지
유럽선 환경미화원과 청소차 색깔도 오렌지

 

   
▲ 사진 설명. 비행 기록 장치인 ‘블랙박스’는 사실, 사고가 났을 경우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오렌지색으로 칠해져 있다.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검은 상자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이미지 출처: 구글)


지난 시간에는 죄수복에 사용된 오렌지색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감옥을 벗어난 오렌지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별로 색깔이 다르지만 유럽에선 환경 미화원의 작업복과 청소차의 대표적인 색깔이 오렌지이다. 이와 함께 상당히 비싼 오렌지색으로는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를 꼽을 수 있다. ‘에르메스’의 상징색이 오렌지색인 까닭에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에르메스의 포장은 크림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 탓에 물자가 고갈되면서 갈색으로 바꿨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남은 오렌지색 판지를 사용한 것이 오늘날까지 에르메스가 로고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이는 이유다. 어느 프랑스 화가의 석판화에서 영감을 얻어 사용한 사륜마차 ‘뒤크’와 마부가 그려진 에르메스의 로고는 ‘켈레쉬’라 불리며 ‘에르메스’란 글자와 함께 오렌지색으로 인쇄된다. 둘다 유럽에서 탄생하고 사용되지만 염색 대상에 따라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린다고나 할까?

사실, 오렌지색은 경고색으로 솔찮게 활약하는 그야말로 착한 색(?)이다. 이무진의 노래 ‘신호등’에 나오듯 붉은색과 푸른색 신호등 사이에서 3초 동안 나타나는 오렌지색은 운전자들에게 속도를 늦추고 멈출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는 선한 신호등이다. 물론, 노랫속 가사는 ‘노란색’이지만 실제로는 주황색이 신호등의 삼색(三色) 중 하나이다. 삼색 신호등 이외에도 오렌지색은 위험을 경고하는 표시로 자주 사용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항공기에 탑재돼 비행 시간과 비행 속도, 고도 등을 기록하는 ‘블랙박스’ 역시, 이름과는 달리 오렌지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사시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서다.

한국의 경우는 대북 전투 준비 태세를 나타내는 ‘데프콘’이 숫자에 따라 1부터 5까지 있지만 미국에서는 국가 안보 태세가 총 5단계의 코드 색깔로 구분된다. 더불어 ‘코드 오렌지’는 위험도에서 ‘코드 레드’ 바로 밑의 네 번째 단계에 속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계 태세에서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린’이며, 다음이 ‘블루,’ 그리고 세 번째가 ‘옐로’이다. 미국은 그동안 경계 태세 2단계인 ‘코드 블루’를 유지해 오다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코드 옐로’로 경계 태세를 격상했다. 하지만 테러 1주년을 앞두고 다시 ‘코드 오렌지’를 발령한 뒤, 테러 정보가 입수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미 대사관을 폐쇄했다. 그 뒤에도 세 차례에 걸쳐 ‘코드 오렌지’를 발령했다가 정부의 경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아지고 피로감이 높아짐에 따라 ‘코드 옐로’로 한 단계 낮추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이 밀림에 숨어 게릴라전을 펼친 베트공들을 박멸하게 위해 베트남전에서 뿌린 고엽제(枯葉劑)는 오렌지, 화이트, 블루, 퍼플, 핑크, 그린 등 총 6가지의 색깔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오렌지색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저장 용기 및 액체의 색깔이 오렌지색이어서 ‘에이전트 오렌지’로 불린 고엽제는 식물을 말려 죽이는 화학물질로서 ‘다이옥신’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쳤다. 베트남전 기간 동안 고엽제는 무려 2만톤 이상 살포됐는데 다이옥신에 오염된 하천에서 자란 물고기를 동물이 먹고, 동물을 섭취한 인간이 재차 오염되면서 장기간에 걸쳐 베트남에서는 기형아 출산, 생식 호르몬 이상, 폐암, 후두암, 말초 및 중추 신경계 손상 및 피부병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고엽제의 부작용은 1970년에 이르러서야 미 상원 청문회를 통해 밝혀졌으며 이후 살포가 중지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베트남 주민들과 미군, 한국군 등 전쟁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다이옥신에 노출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이쯤에서 오렌지색과 관련된 마지막 이야기 하나.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는데 회수란 양쯔강과 황허강 중간에 있는 강으로, 이곳을 기점으로 중국 남부와 북부의 기후가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온난한 남쪽에서 자라는 귤을 회수 북녘에 심으면 색이 우중충한 가운데 맛도 떫은 탱자가 나온다. 어쨌거나 중국에서는 오렌지색을 등색(橙色)이라 부르는데 등(橙)이란 당귤나무의 한자어로, 당나라때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졌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오렌지색을 등색의 일본어 발음이 ‘토우쇼쿠’로 부르거나 그냥 ‘오렌지이로’ ‘다이다이이로’ 등으로 부르고 있다. 오렌지색에 대한 발음이 많다 보니 일본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을 살펴 보면 오렌지색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문의도 올라와 있다. 참고로 ‘이로’란 일본어로 색(色)의 뜻을 의미하는 ‘훈독’(訓讀)이다. ‘하늘 천(天)’의 ‘하늘’에 해당하는 것이 색(色)의 뜻으로 읽는 일본어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더. 오렌지와 관련된 중국의 에피소드를 찾다가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우리나라의 남성 그룹 ‘신화’의 응원색이 오렌지색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하지만 한국의 ‘나무위키’에는 그런 사실이 소개돼 있지 않아 대륙에 부는 한류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금 느꼈다. 그럼, 다음에는 보라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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