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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58년 개띠 이야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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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06  09: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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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대한민국엔 58년 개띠 오명규 사장이 있는 반면, 58년 개띠 실직자도 있다. 58년 개띠 구직자 아무개씨는 담담하게 실직 소식을 아내와 아들에게 전했다. 발파현장의 화약주임이 그의 직책이다. 해고를 당하기 전, 그는 사장의 압박에 대해 아내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현장을 하루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자신은 무작정 빨리 끝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사장이 싫어한다고. 그 대화를 아내와 나눈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해고 통보를 받고 집에 왔다.

화약주임은 공사현장을 관할하는 지역 경찰서에 일일 사용 화약수량을 신고한 후 현장으로 가져온다. 하루 공사가 끝나면 남은 화약들을 경찰서에 신고한 뒤 보관 창고로 가져간다.

서울 모처 지하 30m가 그의 일터였다. 새 지하터널을 만드는 공사 현장이었고, 이듬해 연초까지 마무리하기로 계약 돼있던 곳이다. 그러나 사장은 약속된 날짜 보다 빨리 공사가 마무리되길 바랐다. 그리고 58년 개띠 아무개씨는 사장의 바람을 충족시키길 거부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제복을 벗고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고지식하다. 몇해 전, 화약주임 자리를 처음 맡으며 그가 내게 했던 말이 있다. “공사 도중 사고가 난다면 감옥에 갈 준비가 돼있다. 내가 감옥에 간다 한들 놀라지 마라” 난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감옥에서 재회했어도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 피고용인으로서 사장의 입맛에 맞춰 부화뇌동으로 행동해 사고가 났어도, 그는 두 말 않고 감옥에 갈 사람이었으니까. 다행히 아직까지 수감된 그를 면회하러 간 적은 없다.

그동안 여러 현장을 다닌 58년 개띠 아무개씨였지만, 이번 현장은 사뭇 달랐다. 사장이 노동자들을 채찍질하는 정도가 심했다. 공사는 하루 적정 일거리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마감일에 가깝게 종료되거나 딱 지키면 자신의 주머니에 남는 게 없다는 이유로 사장은 일일 공사 허용거리를 초과하도록 압박했다. 사장의 자기 잇속만 챙기는 미명 아래 노동자는 법을 어기며 일한다. 아니면 58년 개띠 아무개씨처럼 해고 통보를 받는다. 어디 이 현장뿐이랴. 사고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대체자의 존재는 현직 노동자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해고와 연결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그 문화는 사회를 좀먹으며 부조리에 저항하는 사람들마저도 잠식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 된다면 용기는 비웃음을 사고, 소신은 배고픔을 가져올 것이다.

58년 개띠 아무개씨는 무엇과 재수없게 엮여서 해고당한 것일까? 이문만 밝히는 사장을 만났기 때문인가, 아니면 원칙을 지키는 선택을 했기 때문인가. 둘 다 정답이거나 오답이라면, 난 내 인생의 지침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현재 아버지가 실직해서 가계가 위축됐어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소신과 책임이 그가 삶을 마주하는 태도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엔 여러 방식이 있고, 자녀는 부모를 보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 배울 것이다. 훗날 내 아이가 나의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며 마침표를 찍는다.

 

/고가인 중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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