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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세계 최강국들과의 2000년 항전(抗戰) 역사 담아낸 베트남 국민시는 프랑스 항전 용사의 ‘보라색 심꽃’아이러니컬한 사실은 미국서 가장 오래된 무공 훈장인 ‘보라색 심장’이 베트남전서 가장 많이 수여됐다는 것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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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20  09: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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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한 군인들에게 수여됐던 ‘보라색 심장’(PURPLE HEART)은 미군에서 가장 오래된 무공 훈장이다. 1932년에 처음으로 수여된 이래, 가장 많은 ‘보라색 심장’이 베트남전에서 수여됐는데, 베트남의 ‘보라색 심꽃’이라는 국민시 또한, 베트남전에서 숨져간 수많은 베트남인들을 추모하고 있어 미국과 베트남이 보라색을 둘러싼 가슴 아픈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보라색 심장’에 대한 훈장 증명서와 ‘보라색 심장’ 훈장이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일본의 보라색과 함께 한국의 ‘BTS,’ 그리고 ‘BTS’의 팬클럽인 ‘아미’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엔 극동 아시아 이외의 아시아 지역에서 보라색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베트남이다. 동남아시아의 공산국가 가운데 최강대국이며 또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베트남은 빨간 바탕색에 커다랗고 노란 별이 가운데를 장식하는 국기(國旗)에서 보듯, 빨간색이 국색(國色)에 가깝다. 그런 베트남에서도 보라색은 의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색깔이다.

일례로, 베트남의 국민 시인이라 불리는 ‘히우 로안’이 젊은 시절에 쓴 ‘보라색 심꽃’은 베트남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국민시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에 해당하는 이 시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20세기 초 베트남의 슬픈 항전 역사를 담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오빠가 군에 갔고/몇몇 동생은/아직도 말 못하는 아이/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였네/나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가족과 떨어져 있지만/그녀를 여동생처럼 사랑했네/결혼식 날/그녀는 새 옷을 지어달라고 하지 않았고/나는 군복을 입었다…/그녀는 아직 젊었는데/머리칼이 다 자라지도 못했는데/“여보!”라는 마지막 한 마디도/주고 받지 못하고/서로를 보지도 못했네/옛날에/그녀는 보라색 심꽃을 좋아해서/보라색 심꽃 옷을 입었었지/옛날에/늦은 밤 등불 아래/그녀는 남편 옷을 꿰맸지/옛날에/비 오는 오후 정글에서/동북 전선의 세 오빠는/여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네/동생이 결혼했다는 소식보다 먼저…오후 행군 때/심꽃 언덕을 지나는데/오후에 바라보는 심꽃은 끝이 보이지 않고/보라색 심꽃/오후에 보면 보라색이 사라진다/해진 옷을 바라보며/나는 노래한다/심꽃 속에서/“자네 옷이 해졌지만 꿰매줄 부인은 먼저 갔고 노모는 힘이 없느니….”

사실, 동남아시아, 아니 전 세계 역사를 훑어보아도 베트남처럼 기구한 역사를 지닌 국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2000년 이상 계속된 중국의 남하 정책으로 인해 숱한 괴롭힘을 당하며 지속적으로 땅을 빼앗겨 온 가운데 19세기 중반부터는 프랑스가 침략한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일본군에게 점령당했다가 종전 후에는 프랑스가 1954년까지 다시 베트남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며 북베트남에는 공산 정권이 들어섰지만, 남베트남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베트남 공화국이 들어섰고, 남베트남 공화국이 부정부패로 휘청거리면서 북베트남의 입김이 거세지자 미국이 베트남전을 일으켰던 까닭에서다. 그렇게 1960년부터 시작된 베트남 전쟁은 1973년 미국이 퇴각할 때까지 13년간 지속됐고, 그동안 전 국토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약 330만명의 베트남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하여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은 중국과 프랑스, 일본과 미국이라는 세계 초강대국들을 상대로 원치 않는 전쟁을 벌여 왔으며 항전(抗戰)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그네들의 삶이자 숙명이었다.

오죽했으면 미국과의 전쟁을 통한 깊은 상흔을 언급할때조차 “중국이 2000년, 프랑스가 100년을 지배한 것에 비하면 약과”라고 인식했을까? 그런 연유에서인지 몰라도 전쟁을 대하는 베트남인들의 담담함과 초연함은 보라색 심꽃을 좋아했던 어린 베트남 신부를 통해 고스란히 투영된다. 마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그 흔한 폭력 장면이나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고도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태인들의 ‘조종’(弔鐘)을 가슴 깊이 울린 것처럼, ‘히우 로안’ 역시, 베트남 항전의 슬픈 역사를 보라색 심꽃에 투영하며 비정하리만치 담담하게 보여준다.

안타까운 사실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공 훈장 역시, ‘보라색 심장’(Purple Heart)이라 불리는 훈장인데 베트남전에서 가장 많이 수여됐다는 것이다. 베트남전 참전 당시, 부상을 당했거나 작전 도중 사망한 군인들에게 수여됐던 ‘보라색 심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미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색깔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볼 때,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 보라색이 한쪽에서 심꽃에, 다른 쪽에서는 훈장에 투영된 역사 또한 슬프고도 안타깝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태국 역시, 보라색이 미망인들의 상복으로 종종 착용된다고 한다. 참회와 애도를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비록 인도차이나 반도의 서쪽에 위치해 동쪽에 자리한 베트남과는 데칼코마니처럼 떨어져 있지만, 같은 반도에서 공존하는 이웃 국가의 슬픔을 공유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럼, 다음 시간에는 ‘그림 속의 보라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제 11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들,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 수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이때야말로 건강 잘 챙기기 바란다. 잘 버틴 두 해 농사를 마지막에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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