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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갈색 농토 위의 갈색 먹거리가 인류 문명의 시발 이집트에선 신과 피라미드 모두 갈색으로 점철돼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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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19  07: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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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고대 벽화에서 가장 중요한 색은 갈색이었다. 사진은 테베에서 발굴된 한 무덤에 그려진 벽화. 탐험가인 로버트 헤이가 1826년부터 1838년에 걸친 탐험 끝에 발견한 것으로 등장 인물들의 의상과 피부 등에서 갈색이 주요색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갈색 사막에서 갈색 낙타 타는 중동은 갈색의 왕국

‘미이라’와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갈색 영화 끝판왕

지난 시간에는 자연색 가운데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색이 초록, 파랑과 함께 갈색이라는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이번에는 그 후속편이다.

먼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색으로는 단연, 파랑을 꼽을 수 있다. 이유는 지구의 영어식 표현인 ‘블루마블(blue marble: ‘푸른 구슬’)에서 알 수 있듯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색깔이 파랗기 때문이다. 이는 바다가 지구 표면의 70%에 달하기에 발생한 현상으로 혹자는 ‘지구(地球)’가 아니라 ‘수구(水球)’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간의 터전은 육지이기에 땅으로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최대의 비중을 차지하는 색깔은 갈색이 된다. 초록 식물이 육지를 뒤덮고 있다고는 하지만, 계절에 따라 그 기세는 한정적이며 또 모든 육지를 뒤덮고 있는 것도 아닌 까닭에서다. 이뿐만 아니다. 지각을 형성하는 땅은 물론, 땅에서 나오는 흙과 모래, 먼지가 모두 갈색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물들이 배출하는 변의 색 또한 갈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인간에게 있어 갈색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갈색 땅에서 자라는 주요 곡물들이 대부분 갈색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갈색 곡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밀과 보리, 그리고 벼이다. 이들 곡물은 줄기와 이삭 또한 갈색이어서 육지의 갈색을 더욱 풍성하게 입체적으로 장식해 준다.

돌이켜 보면, 세계 4대 문명은 모두 풍부한 갈색에서 탄생했다. 중국의 황하 문명은 노란색보다는 갈색을 띠는 황하 주변에서 탄생했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 역시, 갈색의 땅 중동을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주변의 옥토에서 탄생했다. 더불어서 인도 문명 또한 인더스강과 갠지즈강 주변의 적갈색 농토에서 시작되었고.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4대 갈색 문명의 정점은 단연 이집트이다. 이유는 풍요로운 나일강변의 비옥한 대지와 여기에서 자란 곡식들이 광활한 갈색 장관을 연출하며 이집트 초기 문명의 산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갈색은 풍요로운 대지의 여신인 ‘이시스’의 색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갈색 사막 한가운데에서 문명을 이룩한 이집트는 피라미드도 갈색이지만 이집트 곳곳에 있는 벽화의 주요 색 또한 갈색들이다. 물론, 신들의 피부색이 또한 대부분 갈색들이고. 말하자면, 갈색으로 시작해서 갈색으로 끝나는 ‘갈색 끝판왕’이 이집트인 셈이다.

땅에서 시작된 갈색 이야기를 영화로 옮겨와도 이집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를 들어, 1999년에 개봉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영화 ‘미이라’는 온통 갈색으로 뒤덮인 영화다. 이집트 사막과 피라미드에서 펼쳐지는 영화에서는 구릿빛 피부의 이집트 악당들이 하얀 피부의 미국인들과 사투를 벌인다. 1편이 나온 지 2년 뒤인 2001년에 다시 개봉된 속편 역시, 큰 인기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그러고 보니, 사막이 등장하는 유명 영화들 역시, 배경이 온통 갈색이다. 흰색의 대명사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원작의 1978년 영화 ‘닥터 지바고’라면 갈색에는 1962년 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꼽아볼 수 있다. T. E. 로렌스의 자서전인 ‘지혜의 일곱 기둥’을 바탕으로 영화화된 이 작품에는 알렉 기네스, 안소니 퀸, 오마 샤리프 등 당대의 최고 배우들이 등장해 열연을 펼쳤다. 참고로 ‘지혜의 일곱 기둥’이란 성경의 잠언 9장 1절에 나오는 구절로 “지혜가 그의 집을 짓고 일곱 기둥을 다듬어”라는 구절에서 딴 온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선 그 일곱 개의 기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시하지 않아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에게는 올드무비의 대명사로 통용되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포스터 역시 온통 갈색임은 물론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콰이강의 다리’로도 유명한 데이비드 린 감독이 ‘닥터 지바고’와 ‘아라비아의 로렌스’ 양편 모두에서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그렇게 볼 때, 흰색과 갈색 영화의 ‘대부(大父)’라는 직함은 마땅히 데이비드 린 감독에게 헌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이다.

각설하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적대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지금의 터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오스만의 식민지였던 중동 지역의 여러 토착 부족들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게 하려 한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아랍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던 영국군 정보국 소속 중위인 에드워드 로렌스가 파견되고, 에드워드는 식민지의 토착 부족들을 돕는 과정에서 아라비아 사막의 거칠지만 경외스러운 매력에 빠지고 만다. 이후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에 대해 미리 경고하는 바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로렌스는 결국, 아랍을 위해 헌신하다 영국과 아랍 양쪽으로부터 배신당하며 비극적인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갈색의 땅, 중동 국가들의 국기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겠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이제는 ‘창궐’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대단해졌다. 감염될 경우, 대부분은 3~4일을 지독한 몸살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고생한다는 후문이다. 모두들 각별히 코로나에 주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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