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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진의 유통기한
이유한 기자  |  2yoo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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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6  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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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있다면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기를”

영화 중경삼림을 보면서 인상 깊게 와 닿았던 대사다. 실연의 아픔을 겪던 주인공은 옛 연인을 떠올리며 그녀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하나씩 마음에 품고 있다. 나에게 만년의 유통기한이 적힌 통조림이 있다면 그 안에 넣고 싶은 것은 ‘사진’이다. 사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봤을 때 기억에 오래 남는 사진이 있듯, 생명력이 긴 사진도 분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워커 에반스는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현재의 것들이 과거의 것이 될 때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데 흥미가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미국 대공황 시기의 실상을 전하는 FSA(농업안정국) 사진가로 활동할 당시 사진가들 사이의 과열 경쟁으로 거짓 사진이나 연출된 사진이 많이 생산됐으나 그는 정직한 사진만을 고집했다. 심심하고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의 사진이 오늘날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평범함’이야말로 다큐멘터리 사진만이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사진은 시선을 집중하게끔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그런 사진은 워커 에반스가 1936년 촬영한 ‘소작인의 아내’다. 이 사진은 오늘날 미국 대공황의 상징이 됐다. 거친 피부와 깡마른 몸, 단단히 닫힌 입, 카메라를 응시하는 불안감 가득한 눈빛까지 사진 속 여인 자체만으로 시대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기록사진을 전달하는 FSA 프로젝트에서 그가 인물을 가까이 클로즈업을 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지금까지 촬영한 사진들 중에서 무엇을 담아냈는지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사진이 얼마나 될까? 돌이켜보면 나는 오랜 고민과 함께 셔터를 누른 적이 없다. 최근 들어서는 사진의 후보정에 의존해 촬영하는 것보다 색감이나 구도를 보정하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을 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정작 카메라를 든 순간에 해야 할 고민들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서다’라는 전쟁보도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말을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다. 사진기자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낼 때마다 이 짧은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상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꼈을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유한 사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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