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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가장 자유로운 상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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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07  08: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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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라는 영화가 있다.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이다. 우주에 관심이 있으면 한 번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감상하며 우주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우주 유영 장면이었다.

주인공이 우주에서 제어를 상실하고 마치 격류에 휩싸인 것처럼 표류하는 장면은 대단한 현장감을 선사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리고 어디에도 붙잡혀 있지 않은 상태의 부자유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평소 우주인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장면을 볼 때는 위태롭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것과 상반된다. 그러나 우주정거장 벽면도 속박이라 생각하고 제거하면 (그리고 우주 유영 제어를 위한 연료가 소진되면) 사람은 참 초라하고 위태로우며 자유롭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속박의 부재가 위태로움이라니...

속박을 모두 제거한 상태가 가장 큰 자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우주에서 표류하는 그래비티의 주인공과 중력에 묶여 땅을 딛고 걸어 다니는 사람을 비교한다면 어느 편이 더 자유로운가?

그러나 반대로 엄청난 제한이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가? 통제사회가 엄청나게 숨 막히는 곳임을 우리는 (조금은) 알고 있다.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거대한 중력에 사로잡힌다면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편리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어느 쪽의 극한이 아니라 ‘적당한’ 것이 더 큰 자유를 준다. 그런데 누가 적당함을 완벽히 정의할 수 있을까? 거대한 물은 수영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동할 자유를 주지만, 맥주병들에는 족쇄로 작용할 뿐이다. 자유로움을 위해서는 적당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마저 사람마다 혹은 상황마다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거나 고정된 것은 죽은 상태이며, 살아 있는 (자유로운) 상태는 항상 “힘겨루기(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노 세계에서도 힘겨루기는 항상 일어난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반도체 양자소자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도체 물질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는 주기적으로 끝없이 정렬된 반도체 원자들의 방해를 느끼며 운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정도의 적당한 중력에서 우리가 무게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반도체 물질 내부의 전자 또한 저항 성분을 마치 질량이 증가한 것처럼 느끼며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

끝없이 주기적으로 펼쳐진 반도체 원자들이 전자를 방해하는 덕분에 원자와 분자의 특성을 결정하는 신의 영역인 양자현상을 반도체 나노구조 안에서는 공학적으로 조작 가능한 현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리에 기반하여 여러 양자소자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양자현상 제어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들이 가능한 것은 자유와 속박의 적당한 힘겨루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의사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뛰어놀 영역이 늘어난 점에 만족하지 않을까? 

 

/이종민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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