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학, 정책공약 다수 이행 미흡
일송아트홀 사용 무료화, 학생복지기금 조성 등 공약 외 학내 복지정책분야 성과 커

  지난 11월14일 오후 7시30분 사회과학관 강당에서는 2002학년도 총학생회 후보단들의 정책공약을 듣는 선거정책토론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이 생동하는 공간 ‘라다크’(이하 라다크)”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와 “희망 2002, 학우들과 함께 만드는 세상(이하 학우만세)”선본에 의한 ‘2001 학우들 속으로’ 라는 모토아래 진행된 17대 총학생회의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사업평가는 ▲교내복지 및 교육환경 개선 ▲등록금 인상에 따른 등록금 투쟁의 성과 ▲교내 반성폭력 관련 여성문제 ▲일송아트홀 대관료 무료화 등 문화공간 마련문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와 학생총회 성사 등을 통한 한림학생사회 복원 가능성 검토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진행된 논의를 바탕으로 17대 총학생회의 사업성과를 정리해 본다.

  2000년 11월30일에 있었던 17대 총학생회 선거 개표 결과 총 투표율이 44.6%에 그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에서는 다음날까지 연장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연장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은 7.7%가 늘어나 52.3%가 됐으며 이에 따라 17대 총학생회가 건설됐다. 하지만 총학생회의 건설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작 신경써야 할 첫 사업인 등록금협의회(이하 등협) 자리에서는 성급하게 협상을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17대 총학생회는 무려 3차례나 걸쳐 진행된 등록금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등록금 인상률 5%이내 억제 방침을 어긴 학교당국의 인상을 저지하지 못하고 결국 9%인상에 합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등록금 중 0.9% 즉 1억3천여만원의 학생복지기금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등록금협상을 전면 파기함으로써 복지기금의 사용이 불투명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17대 총학생회는 구체적인 등록금 투쟁(이하 등투) 사업계획서를 발표, 본격적인 등투에 돌입했다. 1천5백여장의 등록금환불요구서 작성, 현물납부, 총투표, 결의대회, 부총장과의 면담, 노란 손수건 투쟁 등 다양한 방식의 등투를 전개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보이지 않았던 2학기 등투를 준비하기 위한 이메일총화 및 서신투쟁 등의 방중등투를 계획했으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기존의 등투를 답습하는 데서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가 지난 10월10일 대학발전추진위원회의 형식을 빌린 등협을 다시 열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총학생회는 지속적인 학교당국의 예·결산 공개와 매년 학생복지기금 책정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또 등협 전면파기로 인해 인정하지 않았던 학생복지기금의 사용안을 구체화시켜 현재 1차로 기금이 집행되고 있다. 2차 사용안은 구성됐으나 18대로 그 사용 결정권한을 넘긴 상태다. 이렇게 함으로써 2001학년도 등투는 사실상 끝을 맺었다.

  이밖에 교내 복지개선의 모습도 보였다. 1999학년도부터 얘기돼온 학생회관 24시간 PC실 개설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밖에도 교내 복사비용 할인, 서울∼춘천 간 시외버스 요금 할인, 각 건물마다 무인 프린터기 설치, 통학버스 쿠폰 확대 등의 사업에서 성과를 나타냈다. 또한 학내 문화공간이지만 많은 학우들이 사용하기에 비쌌던 일송아트홀의 대관료를 없애고 나머지 부대기구 대여료를 30% 할인시키는 등의 성과를 보여 문화공간 확충을 이뤄냈다.

  학생총회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등을 성사시킴으로써 무너진 학생사회의 복원을 꾀하는 모습도 보였다. 10여년 만에 회칙을 개정하고 학우들과 함께 학내문제를 고민하는 장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 성과이다. 비록 성사 자체에만 힘을 쓴 나머지 이후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해 내실있는 성사는 아니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괴리된 학생회와 학생들간의 사이를 좁히기에 힘을 썼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겠다. 이런 반면 17대 총학생회는 후보단 등록시 내세웠던 공약은 대부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운영위원회·학부제 평가위원회·과 동아리 및 소모임의 연합인 총동아리연합회·총여학생회 등 건설 ▲총학생회와 학생복지위원회의 분리 ▲각 과 소모임 수만큼의 간담회 진행 ▲청년실업문제와 관련한 민주노총과의 연대 ▲과발전특별추진위원회 구성 ▲1간부 1강의실 운동 추진 등의 정책들이 고민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기존 학생회 공약의 허점을 또 다시 학우들에게 인식시켜 신뢰회복에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까지 지난 1년간 17대 총학생회가 사업한 내역들을 살펴봤다. 대부분의 공약이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학우들 속으로’라는 그들의 모토처럼 많은 부분이 학우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비록 정책보다는 정책 외 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낳았지만 그것 역시 사업으로 이뤄낸 것임에는 틀림없다.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학우들 스스로 학생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인 만큼 그 역할은 중요하다. 흔히들 학생을 물로 학생회를 물고기로 비유한다. 이중 매번 강조되는 것은 물의 역할이었다. 물이 있어야 물고기가 산다는 논리다. 이것을 살짝만 바꿔보자.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물을 아름답다고 했을까? 아름다운 학생사회를 위해 앞으로 계속 발전되는 학생회의 모습을 기대하는 바이다.

/ 홍경희 기자 han-h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