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양자컴퓨터란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가장 난해한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양자(Quantum)와 컴퓨터의 합성어인 셈이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Digital Computer)가 디지털 전자공학과 컴퓨터의 줄인 말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은 연속적인 값을 나타내는 아날로그(Analog)와 대조되는 말로 2진수의 0과 1을 표현한다. 우리가 지금 너무도 익숙하게 잘 쓰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도 0과 1을 정보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면서 모든 문서와 사진 그리고 음악과 동영상들을 아무 불편 없이 즐기도록 해준다. PC게임 등과 같은 장르도 결국 0과 1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잘 쓰고 있는 컴퓨터가 있는데 또 무슨 다른 컴퓨터가, 그것도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단 말인가? 디지털 컴퓨터는 앞서 말한 대로 정보의 기본 단위로 0과 1 즉, 비트(Bit)를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메모리가 몇 바이트 또는 비트라고 할 때의 그 비트를 말한다. 여기서 1 바이트는 8 비트를 의미한다. 결국 디지털 컴퓨터의 모든 대상은 이 비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다. 기존의 컴퓨터는 이 비트들을 순차적으로 즉, 한 비트 한 비트 씩으로만 처리를 한다. 이는 디지털 컴퓨터가 튜링 기계(Turing Machine)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인 그 튜링이다.

양자역학이 어려운 것처럼 양자컴퓨터의 구동 원리 또한 난해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0과 1 즉, 비트를 정보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듯이 양자컴퓨터에서는 |0>과 |1>의 양자 상태와 이의 중첩(Superposition) 상태인 α|0>+β|1> 즉, 큐비트(Qubit: Quantum Bit)를 정보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컴퓨터가 순차적으로 즉, 직렬로 정보를 처리하는데 반하여 양자컴퓨터는 이와 같은 큐비트의 특성을 활용하여 정보를 동시에 즉, 병렬로 처리할 수 있어서 특정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를 능가하는 계산 속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라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시뮬레이션(Simulation)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화학 시뮬레이션과 신약 개발 그리고 신소재 과학 분야가 그것이다. 최적화(Optimization) 문제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에도 엄청난 혁신을 가져 올 수 있다. 싫든 좋든 이제 양자컴퓨터라는 말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에도 양자컴퓨터 종목이 등장하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양자컴퓨터는 이제 우리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양자컴퓨터 관련 인재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관심 있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이종완 나노융합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