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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주기율표 상에서 중간 정도에 자리한 ‘은’ 필름 카메라의 탄생 열어준 소중한 금속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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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01  09: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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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1/7 가격에 불과하지만 시대에 따라선 금보다 비싼 적도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은판 사진술 발견

   
▲ 망친 줄 알았던 은판에서 투사된 이미지를 우연히 발견한 루이 자크 다게르는 이후, 은판 사진술을 발명해 오늘날, ’사진의 아버지‘가 됐다. 사진은 그가 10분 이상의 노출을 통해 선보인 1838년의 파리 모습. 180여년 전의 사진이건만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파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낸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영어로는 ‘실버(silver)’, 한자어로는 ‘銀’, 화학에서는 ‘Ag’로 표기되는 대상, 바로 은이다. 은은 또한 일본어로 ‘긴’이라고 부르는데 ‘킨’이라는 발음의 ‘금(金)’과 매우 유사해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좀처럼 구별되지 않는 발음 대상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화학 주기율표상의 원소 기호인 ‘Ag’는 라틴어로 ‘빛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르고스(argos)’에서 유래한 ‘아르젠툼(Argentum)’의 약자이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그런 라틴어 ‘아르젠툼’에서 기원한 국가명으로 일명, ‘빛나는 나라’를 의미하고.

그렇다면 영어의 ‘실버’는 그 어원이 어떻게 될까? 답은 메소포타미아 북부의 고대어인 아카드어, ‘sarpu’가 어원으로 이는 독일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철자는 ‘silver’와 ‘silber’로 조금 다르지만.

그런 ‘은’의 스펙은 주기율표 번호 ‘47’로 103개의 원소 가운데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은’의 무게가 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은 1kg이 2022년 현재 시중에서 10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데 반해, 금 1kg은 750만원 가량으로 가격은 7배나 차이가 난다. 스웨덴의 전설적인 혼성 그룹 ‘아바’의 노래에도 있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진다(The winner takes it all)’는 시쳇말처럼 세상에서 두 번째로 귀한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는 비운의 귀금속인 것이다.

그래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은 때도 있다. 시대와 채굴 환경 등에 따라서 말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기원전 30세기, 고대 이집트에선 은이 금의 2.5배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이후에도 오랫 동안,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금은 이집트에서 생산됐지만 은은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도 금 외피에 은을 씌운 것으로 미뤄보아 같은 이유로 한동안 은의 가치가 금보다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의 기술로는 금보다 은을 채취하기가 더욱 어려웠던 까닭에서다.

비록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취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가 은화를 중심으로 한 ‘은 본위제’로 재편된 적도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이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대량의 은광을 발굴하고 엄청난 양의 은을 생산해 내자 은화 생산이 급증하면서 은화는 유럽을 포함해 아시아 경제까지 주도하기에 이른다.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은이 인도와 필리핀, 마카오를 거쳐 중국에까지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세계의 식민지 강자로 부상한 영국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은을 중국에 쏟아부으며 차와 도자기, 비단 등의 상품을 사재기했고 엄청난 양의 은화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자, 영국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에 시달리다 결국, 아편 전쟁을 일으키기에 이른다. 은의 일방적인 흐름이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까지 불러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주식, 지폐, 어음과 같은 신용 화폐의 유통이 시나브로 활발해지면서 지구촌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자 가치가 월등히 높은 금이 은의 자리를 대신하며 화폐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 살펴보니 은은 색깔과 광택이 백색에 가까워 금색이 어울리지 않는 장신구나 최고급 식기 등의 실용성 있는 제품에서 널리 쓰였다. 더불어 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미술과 공예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돼 왔고. 이와 함께 은은 비소 같은 독에 닿으면 색이 시커멓게 변해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젓가락에, 서양에서는 포크와 수저에 많이 쓰였다. 그래서일까? 여유가 있는 집안의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기에 서양에선 ‘금수저’가 아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속담이 지금껏 남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은의 이온이 빛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이에 따라 19세기 중엽, 지구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카메라 필름 역시, 은 이온으로 만들어졌다. 참고로 ‘이온’이란 원자가 전하를 얻거나 잃어서 원자가 양이나 음값을 띠는 것을 의미한다. 은을 브로민이나 요오드 등과 섞은 후, 콜라겐에서 추출한 젤라틴에 녹여 유리판이나 셀룰로이드 등에 칠하면 사진 필름이 되는데 여기에 빛을 쪼이면 은과 요오드가 분리되면서 은 이온의 색이 검게 변한다. 이 때문에 원본 필름은 흑백이 거꾸로 촬영돼 ‘네거티브 필름’이라 불리며 이를 다시 인화지에서 현상하면 비로소 우리에게 친숙한 ‘포지티브 필름’,즉 사진이 완성된다. 결국, 은 덕분에 필름 카메라가 탄생한 것은 물론, 온갖 사진 예술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브롬을 섞은 은에서 만든 사진이라는 뜻의 ‘브로마이드’는 훗날, 연예인들의 대형 사진을 일컫는 새로운 뜻을 얻게 됐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은색이 사용된 건축물과 예술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그러고 보니 어느덧 10월이다. 3년에 걸쳐 우리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코로나도 서서히 물러날 기미를 보이기에 가을 정취를 만끽하도록 하자. 더불어 중간고사도 성큼 다가왔기에 미리 만전을 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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