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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제련 기술의 발달로 건물 외형을 장식하게 되면서 은색은 20세기 들어 최첨단 문명 상징하는 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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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29  08: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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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건축가인 캐나다의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60톤의 티타늄이 사용됐는데 외관을 장식하는 판의 두께가 0.3mm에 불과해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티타늄 판이 조금씩 움직인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구겐하임 미술관은 늘 다른 모습의 외관을 창줄한다고 한다. 참고로 구겐하임 미술관은 현재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스페인 빌바오, 그리고 아랍 에미리트의 아부 다비 등 다섯 곳에 있으며 미국의 광산과 제련소 및 정련소를 장악했던 솔로몬 구겐하임의 자선 사업에 의해 탄생했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제련법이 발명되기 이전엔 알루미늄이 금보다 비싸게 취급돼
스테인리스, 티타늄 제련도 속속 개발되며 은빛 전성시대 열려

20세기 들어와서 은색은 미래를 지향하는 색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쇠의 겉면을 반짝반짝하게 정련하는 기술이 모자라거나 정련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 오히려 짙은 회색의 강철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 유행했다면, 20세기에는 야금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은색 빛깔을 머금은 재료가 건물 표면과 운송 수단, 그리고 일반 제품에까지 폭넓게 활용되면서 은색은 신기술과 신문명을 상징하는 최첨단 색이 되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주자는 바로 알루미늄 제련 기술의 발명이었다. 사실, 알루미늄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 원소 가운데 하나로 지구의 껍질에 해당하는 지각의 8.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철의 5.6%를 앞지르는 비율이다. 하지만, 이렇듯 지각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알루미늄은 웬만한 귀금속보다 값이 비쌌으니 이는 땅속에 섞여 있는 알루미늄을 금속으로 제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반응성이 매우 큰 금속이기에 자연 상태에서는 주로 화합물로 존재한다. 그리하여 19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알루미늄을 순수한 금속으로 추출하기란 대단히 까다로웠다. 자연히 금속으로 제련한 알루미늄의 값은 엄청나게 비쌌으며, 이를 반영하듯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을 방문한 가장 고귀한 손님에게만 금이나 은접시가 아닌 알루미늄 접시를 내왔다고 전해진다.

알루미늄 가격이 얼마나 비쌌는지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가 바로 미 워싱턴의 국회의사당과 링컨 기념관 사이에 놓여 있는 높이 170m의 워싱턴 기념탑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1885년에 완공된 이 기념탑은 끝이 뾰족한 오벨리스크형 방첨탑으로 탑 꼭대기는 2.6kg짜리 알루미늄 피라미드가 씌워져 있다. ‘방첨탑(方尖塔)’이란 네모를 뜻하는 한자어 ‘방(方)’과 뾰족할 ‘첨(尖)’이 합성된 단어로, 밑변이 사각형이며 탑의 끝이 뾰족한 조형물을 일컫는 단어이다.

하지만 1800년대 말, 미국의 찰스 마틴 홀과 프랑스의 폴 에루가 거의 동시에 전기분해를 이용한 알루미늄 제련법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특허를 인정받음으로써 알루미늄은 대량 생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19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kg당 1000달러가 넘던 알루미늄 가격이 50년 만에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알루미늄은 이제 은박 포일에서부터 자동차 엔진은 물론, 자동차와 항공기, 그리고 건물의 외장재로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 이번엔 1900년대 초에 크로뮴 등을 철에 첨가함으로써 녹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스테인리스강까지 개발되면서 이제 우리 생활에서 은색은 반영구적인 동시에 세련되고 최첨단 문명을 상징하는 색깔로 등극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1950년대부터 대량 생산 기술이 개발된 티타늄 역시, 지구촌 문명에 은색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데 크게 일조한다. 원자기호 22번으로 원소 기호가 Ti인 티타늄은 지각에 아홉 번째로 많이 함유된 원소로, 금속 가운데에서는 네 번째로 많으며 백금에 버금갈 정도로 부식에 무척 강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무해해 일반 소비재 분야에서 크게 각광 받는 소재이다. 이와 더불어, 티타늄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으로 평가받고 있어 비행기 동체와 터빈의 날개, 그리고 파이프와 같은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합금에도 사용된다. 무게가 120톤 정도에 달하는 보잉 777 항공기의 절반 가량인 60톤 정도가 티타늄으로 이뤄져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티타늄은 또한 바닷물에도 부식되지 않아 선박이나 해양 플랜트, 해수 담수화 장치에도 쓰이며 잠수함의 주요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티타늄은 인공위성과 국제 우주 정거장의 주요 소재이며 티타늄 합금은 안경테와 골프채, 자동차 휠과 같은 곳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지상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미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 맨’ 역시, 티타늄 수트를 입고 있다.

티타늄은 건축물의 외장재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은처럼 반짝이는 표면과 우수한 불연성 때문이다.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러한 티타늄을 파격적으로 사용해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1997년, 스페인 북부의 쇠퇴한 철강 도시 빌바오를 문화사업으로 다시 일으키기 위해 지어졌는데 기이한 형태의 건물 전체를 아름답게 빛나는 티타늄으로 덮은 모양새로 ‘메탈 플라워’라 불리며 유명해졌다. 매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직접 보기 위해 빌바오를 찾는 관광객들은 100만 명에 이르며, 연간 관광 수입은 1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또 다른 은색 건축물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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