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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헤어질 결심
김정후 기자  |  kjh2715c@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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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12  08: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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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싫다. 싫다기보단 두려워하는 쪽이다. 이별 뒤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자신을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살면서 겪은 적지 않은 이별들이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를 더듬어보면 기억은 어렸을 적으로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졸업식이라고 치기도 부끄러운 유치원 때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졸업이란 걸 해봤다. 졸업식 당일에는 별생각 없었다. 다음 날 일어나 자기도 모르게 졸업 앨범을 넘겨보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별이 아프다는 것을 느꼈다.

중학교 2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정말 사랑하셨다. 양평 양수리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찾아갈 때마다 용돈을 두둑이 받았다. 저녁이 되고 서울 본가로 올라갈 즈음엔 할아버지는 무척 섭섭해하셨다. 어쩌다 손주가 자고 간다고 하면 기뻐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양수리 집을 부수던 날, 뭔지 모를 기분이 내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인은 간암이었다. 회사 때문에 매일 술을 드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죽음일 것이다.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전화를 받은 날을 아직 기억한다. 아들은 잠에 취해 전화를 받지 못했다. 동생도 당연히 전화를 받지 못했다. 계속 울리는 전화벨에 겨우 눈을 뜨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제는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채 허겁지겁 택시를 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아버지의 임종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부터 깊게 잠들 수 없게 돼버렸다. 퇴원하면 같이 야구장에 가자는 지키지 못한 약속이 마음에 남아 아직도 괴롭게 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 휴가 중 전역을 했다. 집에 가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 악착같이 휴가를 모았다. 그 과정에서 간부들과의 마찰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날, 헐레벌떡 부대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탔다. 집에 돌아와 군복을 벗고 그렇게 바라던 침대에 누웠다. 이상하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함께 지내던 소대원들, 간부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 후로도 전역한 동기들과 만나는 날이면 너무 일찍 나온 것을 후회하곤 한다.

이렇듯 아픈 이별이었지만 상처만 남지는 않았다. 상처는 아물고 그 위로 새살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은 다음에 있을 졸업식에 있을 자신을 의연하게 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사이가 서먹하던 친가 쪽 친척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군 전역은 어떤 일을 행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어떤 상처는 흉터로 남아 그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겨울이 왔다. 우리는 또 다른 이별을 앞두고 있다. 이별로 인해 생길 상처를 두려워하기보다 아물게 될 상처 위로 자라날 새살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취재부 김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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