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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마법의 힘 지닌 은, 서양에선 달과 동의어로 통용 은 총알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죽이는 유일 무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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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26  10: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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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에 개봉된 스티븐 킹의 소설, ‘실버 블릿’에서는 은 총알로 늑대인간을 죽이는 설정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진은 당시에 제작된 영화 포스터로 늑대인간의 왼쪽 눈에 박히는 총알이 바로 은으로 만들어진 총알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연기 피어오르는 총’을 뜻하는 ‘스모킹 건’은 결정적 증거
은 총알 뜻하는 ‘실버 불릿’은 명쾌한 타개책을 의미해

지난 시간에는 은색과 관련된 건축물의 은빛 외관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 은색 오디세이의 종착역에 해당하는 대단원 상편.

서양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연금술의 경우, 초승달은 은을 가리키는 표시로 사용됐다. 물론, 금을 상징하는 노란 태양의 대척점에서 밤에 하얗게 빛났던 까닭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연금술사들은 달을 뜻하는 영어, ‘루나’를 ‘은’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고대 페루의 잉카인들은 은을 ‘달의 눈물’이라고 불렀고.

그러고 보니 점성술에서도 은을 달로 비유한다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서양의 점성술에서 태양계의 8개 행성 모두가 두 개의 별자리에 속하는 데 반해 유일하게 ‘게자리’ 하나에만 속하는 것이 달이라는 것이다. 물론, 게는 물에서 살며, 물은 여성적이다. 그런 게자리의 탄생석 역시 은색의 진주이다.

달이 그러하듯 은 역시, 밤의 마법적이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에 늑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는 은으로 만들거나 은을 입힌 총알뿐이다. 물론, 영화의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뱀파이어와 흡혈귀를 죽일 수 있는 무기로도 등장한다.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 등장하는 마법의 탄알도 은으로 만들어졌다. 나아가 이 탄알은 목표물을 무엇이든 적중시킬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반인반수(伴人伴獸)의 초자연적인 존재를 ‘은 총알’로 사살한다는 시원(始原)은 미국의 세계적인 소설가 스티븐 킹의 소설, ‘실버 불릿(silver bullet)’이다. 이 소설은 1985년에 개봉됐는데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줄거리로 삼고 있다. 여기에서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을 일삼는 범인은 바로 늑대인간인 목사이다. 마을 사람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차례차례 살해를 당하는 가운데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알콜중독자 레드는 하반신이 자유롭지 않은 주인공, 마틴을 위해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휠체어를 선물하는데, 그 휠체어의 이름이 ‘실버 불릿’이다. 더불어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인 마틴과 제인 남매가 늑대 인간을 죽이기 위해 총기 가게에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딱 한 발의 총알 역시 ‘실버 불릿’이고.

그래서일까? ‘은 총알’을 뜻하는 영어 ‘실버 불릿’은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줄 묘책이나 타개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신식 무기인 총과 오컬트 무기인 은이 결합해 좀처럼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관용어구가 된 것이다. 때문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이라는 뜻의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범죄의 결정적인 증거를 의미한다면 ‘실러 불릿’은 완벽한 해결책을 대변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페니실린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나왔을 때, 페니실린에 붙었던 별명이 바로 ‘실버 불릿’이었다.

‘불릿’이라는 결합어가 상징하듯 은은 최첨단 문명을 대유할 뿐 아니라 최고 속도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독일의 경주용 자동차 벤츠는 은색 외관으로 인해 ‘은빛 화살’로 불린 바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벤츠와 포르쉐 박물관이 외관을 은과 유리로 장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은색은 비행기와 로켓, 고속 기관차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색깔이다. 탄환 또한 은색이 무척 빨라 보인다. 실제로 은색은 태양빛을 반사시키기 때문에 열을 적게 받는다. 열이 적다는 것은 열을 식히기 위한 에너지가 적게 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로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수은은 언제나 변함없이 은빛을 내기 때문에 영어로 빠른 은, 즉 ‘quick silver’로 불린다.

그런 의미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서양의 속담에서 은은 마법적인 힘을 지닌 가운데 속도마저 빠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하겠다. 말하자면, 용과 마녀에서부터 드라큘라와 뱀파이어를 포함해 늑대인간과 악령, 그리고 사탄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악한 존재들이 가득한 곳이 서양인 까닭에서다. 이와 관련해 혹자는 부자로 태어나면 초자연적인 존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서양 속담을 받아들인다. 부자는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은에 관련된 마지막 이야기로 이번 학기를 마무리하겠다. 어느덧 12월이다. 흐르는 물처럼 빠른 것이 세월이라고 하지만 지난 3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참으로 더디기만 한 시간이었다. 모두 너무 고생 많았다. 그럼, 이번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소확행과 중확행, 그리고 대확행까지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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