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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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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4  06: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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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춘천을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는 그 이름에 있다. 단, 그 방식은 춘천(春川)이라 쓰고 ‘봄시내’로 읽는 것이다. 내게 춘천은 좀 칙칙하지만, 봄시내는 환하다. 어둑한 연구실의 커튼을 열어젖히면 봄볕이 와락 쏟아져 드는 것처럼. 나는 이것이 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힘도 이런 이름 또는 표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봄시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면 냇가의 버들개지가 움을 틔우고 있을 고운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긴 겨울의 흔적들이 봄볕에 녹아내리는 가운데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도 들릴 듯하다. 그 냇물에 손을 담가 보고 버들개지의 부드러운 솜털에 얼굴 한 번 부비고 하늘을 우러르면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이즈음에 소홀치 않은 호사가 아닐까. 터널시(視)라는 표현에서 상기되듯 3년에 걸친 코로나의 맹위에 우리의 시야, 행동반경 및 관계의 폭은 협소해졌다. 아마도, 이 점은 젊은 학생들에게 한결 적실했을 것이다. 우리는 줌(Zoom) 수업 그리고 마스크 대면 수업이라는 긴 터널의 끝에 와 있다. 이제 재갈 물린 것 같았던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기지개 켜고 터놓고 왁자지껄할 강의실이 기대된다. 주위에선 봄꽃들이 꽃 대궐을 이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칠 것이다.

나는 가끔 학생들에게 ‘꽃은 왜 이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각자가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던져 본다. 한데, 많은 경우 학생들은 그 물음에 뜨악해하거나 시큰둥한 것 같다. 그 나이에는 꽃이 살갑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꽃이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또, 꽃이 일 년 사시사철 피어 있다면 어떻겠냐고, 개나 고양이에게 꽃이 이쁘겠냐고 학생들을 좨쳐보기도 한다.

개강을 앞둔 시점에 챗GPT(생성형 인공지능)가 큰 화젯거리다. 강의실의 풍경이 어떻게 바뀔지 주변의 선생들이 너나없이 걱정하는 눈치다. 코로나의 끝이 ‘챗’의 시작인가 하는 얄궂은 생각도 든다. 나도 챗에게 두어 가지 물어봤다. 그중 하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두 단락으로 답하라고 했는데, 챗은 한 단락으로 답했고 그마저도 짧았다. 왜 그런 걸 자기에게 묻느냐는 듯 짜증과 퉁명스러움이 묻어났다. 하여튼, 그 답인즉슨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지만, 엄청 밍밍했다. 헐! 쳇!

물었던 내가 잘못이다. 한데, 챗이 거짓말도 하는지, 쌍욕도 할 수 있을는지가 문득 궁금하다. 만약 할 수 있다면, 나는 챗을 괄목상대할 것 같다. 사람 같이 느껴질 같아서. 근데, 쌍욕이야말로 듣는 맛인데, 챗이 일취월장한다면 구어체 쌍욕의 생생한 말결을 들을 수 있을까? 정작 궁금한 건 학생들이 챗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또 챗에게 얼마큼의 곁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나는 인간의 영역에 재도전하련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도로 꽃에게 건네고 그 말 없는 대답을 기다릴 테다.

 

/김번 영어영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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