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색깔의 인문학] 북유럽 신화의 ‘굴베이그’는 황금을 숭배하는 마녀 화형 세 번 당했어도 부활해 인류에게 ‘전쟁’ 선물한자어로 ‘금속’과 ‘금’ 두 개의 뜻을 지닌 ‘골드’ 인류에게 희극과 비극의 양자택일 요구한 금속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3.04  06:22: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황금을 숭배하는 북유럽 신화 속의 마녀, 굴베이그가 노르드 신들에 의해 창에 찔리고 화형당하는 장면을 그린 그래픽이다. 그녀는 신들마저 황금으로 타락시킨 죄로 세 번이나 화형을 당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더 젊어지고 더욱 아름다워졌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화학 주기율표 79번에 위치한 금속으로 라틴어 ‘Aurum(아우룸)’에서 유래한 까닭에 그 앞머리를 따 ‘Au’로 표기되는 물질. 우리에겐 ‘골드(gold)’로 더 익숙한 ‘금’ 이야기이다. 물론, 영어로도 ‘Aurum(오럼)’은 ‘금’ 또는 ‘금빛’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금’의 또 다른 영어 단어인 ‘골드’는 똑같은 철자의 독일어 ‘골드’에서 유래했으며 독일어 ‘골드’는 노란색이란 의미로 사용된 인도-유럽어로부터 파생됐다. 말하자면, ‘골드’라는 이름의 기원은 노란색이었다는 것.

덧붙이자면 한자어로 ‘금(金)’은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어 ‘쇠’와 ‘금’을 동시에 뜻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보기에 따라 금속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가장 값비싼 금속으로도 여겨질 수 있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하영삼이 쓴 「한자어원사전」에 따르면 여기에는 철이 처음으로 탄생했을 당시, 금처럼 귀하게 여겨졌던 까닭에 금과 동일하게 취급된 연원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뿐 아니라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철기 문명 초기에 철이 화폐로 통용되었다. 우리네 국사책에서도 그렇게 철로 만든 화폐가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고. 그런 ‘금’은 한자어 발음 또한 ‘황금 금’과 ‘성 김’의 두 가지를 지니고 있어 중복적으로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인류는 문명이 탄생함과 동시에 오랜 세월 동안, 금 때문에 웃고 금 때문에 우는 희·비극의 역사를 숱하게 맞보아야 했다.

각설하고 금이 지닌 최대 장점은 ‘사실상’ 색이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실상’이라는 단어를 첨가한 이유는 몇몇 산성과 인위적으로 만나야만 비로소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음 먹고 색을 바꾸려 하지 않는 한, 불변의 광택을 지닌 금속이 금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옆으로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延性)도 뛰어나고, 단단함을 측정하는 강도(强度)마저 높아 정교한 세공과 영구적인 보존에 최적인 광물 또한 금이다. 게다가 전도성(傳導性)도 뛰어나 각종 첨단 전자 제품에서 필수불가결한 물질로 대접받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금은 전기 단자에서부터 사진 현상용 토너를 거쳐 의치 마감재는 물론, 경주용 자동차인 F1의 방열판, 그리고 비행기 조종석 유리창의 제빙용 초박층 등에서도 두루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금 제품은 기원전 4,600년 경, 발칸 반도의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발견됐으며 세계 최초의 금광은 이집트에서 기원전 3,000년쯤 개발됐다. 파라오가 태양의 자손이라고 믿는 이집트였기에 태양의 또 다른 현신인 금에 대한 탐사는 필수였을 터. 더불어 최초의 금화는 기원전 700년경에 탄생한 것으로 인류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기원전 700년이라면 아직 한반도와 이웃나라 일본에서 본격적인 문명이 탄생하기도 전이었으며 중국에서는 이제 막 주나라가 은나라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 시기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볼 때, 지구상에서 1년간 약 3,000톤 정도의 금이 생산됐다. 의외의 사실은 금 생산 세계 1위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380톤을 생산해 전세계 생산량의 12%를 차지했으며 호주가 320톤으로 2위, 그리고 러시아, 미국, 캐나다가 각각 300톤, 190톤, 170톤으로 3, 4, 5위를 기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호주라는 것. 양으로는 무려 9,800톤에 달하는 데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75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00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호주가 보유한 금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 쉬이 짐작이 간다. 한편, 2위인 러시아는 5,300톤, 3위인 미국은 3,000톤을 보유한 금 부자들이다. 물론, 광활한 국토에다 인구가 2,500만명에 불과한 호주의 부유함에는 절대로 비할 바가 못되지만.
덧붙이자면 현재 세계 금 시장에선 금 1g이 77,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100원짜리 동전이 5.4g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 무게로 금 동전을 만들 경우, 값어치가 42만원에 이르는 고가. 말하자면 100원짜리 동전과 같은 무게의 금 동전은 5만원짜리 지폐 8개가 넘는 가격인 셈이다.

그런 금은 이 세상인 차안(此岸)에서의 행복뿐만 아니라 저 세상인 피안(彼岸)에서의 안녕을 나타내는 상징인 동시에 천사와 악마, 천당과 지옥을 표상하는 대유물로도 숭배되어 왔다. 그러고 보면 숱한 신화와 설화, 소설과 영화에서는 금으로 얻게 되는 행복과 불행을 교차적으로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그 가운데 백미는 바로 북유럽 노르드 신화에 등장하는 마녀 ‘굴베이그’이다. 그녀는 황금에 대한 욕심이 인격화된 대상으로서 신마저 타락시키는 존재로 악명을 떨쳤다. 덧붙이자면 굴베이그는 ‘황금의 힘’ ‘황금의 여인’ ‘황금의 음료’ ‘황금실’ 등 다채로운 의미를 지녔다. 신기한 사실은 굴베이그가 처음에 노파였다가 세 번 화형을 당했으며 매번 부활할 때마다 점점 더 젊고 아름다워졌다는 것. 이는 금광석이 제련되면서 아름다운 황금으로 변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상징되고 있다. 굴베이그의 성은 황금으로 가득찼으며 굴베이그가 세상에 준 선물은 ‘전쟁’이었다. 말하자면 북유럽판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절망은 바로 전쟁이었다는 것. 금의 악마적인 힘을 절로 수긍케 하는 신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금과 관련된 다른 신화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지난 3년간의 지긋지긋한 코로나에서 해방된 2023년 봄학기의 한림대생 여러분, 그동안 너무나 고생 많았다. ‘카르페 디엠’이라고 이 순간을 일 초 일 초 짙게 음미하고 인생을 만끽하길 바란다.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인터뷰] “진실을 향한 진심”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 만나다
2
[보도] ‘표창원 특강’ 170여 명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
3
[보도] ‘217종 잡지부터 전 세계 논문까지’ 학우들에게 제공
4
[보도] 인문·체육비전 장학생 모집, 내달 5일까지
5
[기획] 한림학보, 취재력 기르고 특징 찾아야
6
[보도] 학생예비군, 홍천 아닌 춘천에서 실시
7
[보도] 취미·스포츠 활동하고 기숙사 상점받자
8
[인터뷰] 한 분야 연구에 열정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길
9
[시사이슈] 중국서 ‘억울한 옥살이’ 손준호 무사히 한국땅 밟아
10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