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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트로이 목마’와 ‘이아손 원정대’ 서사 제공한 그리스 신화는 황금 관련 콘텐츠의 끝판왕서양 역사를 바꾼 3대 사과는 이브, 뉴튼, 그리고 파리스의 사과 이아손과 헤라클레스의 황금 양털 원정대는 실화에 바탕한 신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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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11  08: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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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아 공화국 바투미 항구에 세워져 있는 황금 양털 동상. 황금 양털을 들고 있는 이는 콜키스의 국왕, 아이에테스의 딸 메데이아로 조국을 배신하고 황금 양털을 이아손에게 넘겼다. (이미지 출처: 구글)

지난 시간에는 북유럽의 황금 신화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남유럽의 황금 신화다. 남유럽의 대표적인 황금 신화는 역시, 그리스로부터 시작해 그리스로 끝난다. 시쳇말로 ‘닥공(닥치고 공격)’이 아닌 ‘닥그(닥치고 그리스신화)’라고나 할까?

먼저, 황금과 관련한 첫 번째 신화는 ‘트로이의 목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푸스 산의 모든 신들이 초대를 받았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초대를 받지 못한다. 신성한 결혼식장에 불화의 여신이 와서 좋을 것이 없는 까닭에서다. 화가 난 에리스는 결혼식 당일, 연회장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란 글귀를 적은 황금 사과를 던진다. 그러자 당당하게 세 여인이 이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제우스 앞에 나선다. 제우스의 부인 헤라와 제우스의 딸 아테네,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주인공들. 자신을 황금 사과의 주인공으로 지명해 달라는 그들의 뜨거운 눈빛에 난감해진 제우스는 인간에게 공을 넘긴다. 그리하여 제우스가 선정한 심판은 미남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

파리스가 심판으로 결정되자 세 여신이 차례로 파리스의 꿈에 나타나 각각 자신만의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헤라는 세계 최고의 권력을, 아테네는 세계 최강의 군대를, 아프로디테는 지상 최고의 미인을 주겠다고 언약한다. 다음날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아프로디테임을 선언하고 아프로디테는 파리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사랑을 얻게 해 준다. 이에 부인을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이후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브레드 피트’ 주연의 2004년 개봉작 영화 ‘트로이’를 본다면 알 수 있다. 만일 그리스 신화가 사실이라면 소아시아에서 그리스와 자웅을 겨뤘던 트로이는 황금 사과 하나로 멸망한 셈이다.

각설하고 황금 사과는 서양의 역사를 바꾼 세 개의 사과 가운데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대상이다. 나머지 두 개의 사과는 각각 이브의 사과와 뉴튼의 사과이다. 아담과 함께 낙원에서 쫓겨난 이브가 인류의 기원을 열었다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튼은 서양의 근대사를 열었다. 물론, 파리스의 사과는 트로이의 몰락과 함께 찬란한 그리스 문명의 독주를 알리는 서막이었고.

두 번째 그리스 신화는 황금 양털 이야기이다. 황금 양털 이야기에는 그리스 신화의 주요 영웅 가운데 이아손과 헤라클레스가 등장한다. 먼저 긴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 중부의 테살리아 왕 아타마스는 이웃 국가 테베에 건너갔다가 테베 왕국의 공주인 이노를 만나 한눈에 반한 뒤, 자신의 본처인 네펠레를 내팽개쳐 버린다. 연이어 왕비가 된 이노는 네펠레가 낳은 쌍둥이 남매를 극도로 미워해 이들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라고 왕 아타마스에게 고한다. 물론, 이를 위해 이노는 술수를 부려 테살리아의 농사를 망치게 하고 델포이로 보낸 신탁 내용을 바꿔치기해 왕이 자신의 자식들을 제물로 바치지 않을 수 없도록 물밑 작업을 벌인다. 이에 쌍둥이 남매의 엄마인 전 왕비 네펠레는 올림푸스의 신들에게 자신의 자녀들을 살려달라고 빌고, 이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황금 양을 보내 제단에서 죽기 직전의 남매를 구하게 한다. 하지만, 황금 양이 이들을 싣고 산과 들을 지나 바다 위를 날기 시작하자 헬레는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라는 오빠의 말을 잊고 아래를 내려다보다 현기증에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만다. 이후, 오빠인 프릭소스만 황금 양을 타고 흑해를 건너 조지아 지방에 있던 콜키아 왕국에 도착한다.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는 그를 보고 신이 보냈다고 생각해 환대하고, 자신의 딸 칼리코페와 결혼시켜 부마로 삼는다. 이에 프릭소스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신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황금 양을 제물로 바치고 그 털가죽을 벗겨서 아이에테스에게 건넨다. 아이에테스는 황금 양털을 전쟁의 신인 아레스의 숲에 보관하고, 잠들지 않는 용이 감시하게 한다. 이에 하늘에서 신탁이 내려와 “양털이 있으면 나라가 번영하고 양털이 사라지면 나라가 불행해질 것이다”라고 알려준다. 이후, 황금 양털의 이야기를 들은 세상의 모든 이들이 양털을 훔치려 숲에 들어갔다가 용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황금 양털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 더불어 그 신화가 사실로 인정받는 곳은 다름 아닌 조지아 공화국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황금 양털이 바쳐진 곳으로 알려진 콜키스 왕국은 현재 조지아의 항구도시인 ‘바투미’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바투미’에는 황금 양털을 들고 있는 콜키스의 공주 메데이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메데이아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또 다른 딸로 훗날 헤라클레스 등 그리스의 영웅들을 이끌고 황금 양털을 훔치기 위해 원정을 온 이아손에게 반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황금 양털을 넘겨준 여인이다.

그렇다면 조지아 공화국에서는 황금 양털 신화가 어떻게 역사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이는 실제로 사금이 많이 채취됐던 이 지역에서 양털로 강가의 모래를 퍼 올린 후, 물에 양털을 씻기면 사금에 비해 무게가 가벼운 모래가 먼저 씻겨 나가서 사금은 양털 깊숙이 박혀 있는데 따른 것이다. 양털을 완전히 말린 후, 잘 털면 사금이 대거 함유된 침전물들을 얻게 되고 이들 가운데 다시 사금을 골라내는 것이 이 지역의 전통적인 사금 채취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해서 지역 금꾼들 사이에서 양털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실로 사실에 기반한 신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이아손 원정대가 황금 양털을 어떻게 훔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느덧 3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곧 만개한 개나리와 진달래를 캠퍼스에서 볼 날도 머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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