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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주 최장 69시간 근로제 ‘오락가락’“60시간 이상 무리”, “가능” 대통령·대통령실·총리 등 다른 메세지 혼선
김정후 기자  |  kjh2715c@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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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25  06: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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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김용범 기자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공개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제는 기본 40시간에 최대 연장 12시간까지 연장 근로가 허용된다. 정부의 개편안은 이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은 주에는 반대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는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개편안은 현행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정부의 판단 하에 만들어졌다. 이 장관은 “2018년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이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해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을 야기하고 있다”며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화·고도화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한명이 1주일에 1시간만 초과해 53시간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는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동계는 개편안에 비판 일색이다. ‘MZ노조’라고도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논평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 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밝혔다. 22일에 열린 이 장관과의 간담회 직후에도 “60시간 상한이 69시간보다는 낫겠지만 결국은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안에 대한 일종의 대응책일 뿐”이라며 완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해명에도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올바른 69시간제의 사용법을 알려주겠다며 SNS에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를 게시했다. 그러나 해당 표는 토요일까지 근무일로 포함한 주 6일 근무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또 ‘정시 퇴근’ 대신 ‘칼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번 개편안을 공표한 고용노동부가 연장 근무를 당연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 13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14일 서면브리핑으로 윤 대통령이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은 엇갈렸다. 한 국무총리는 당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이 고용노동부 개편안을 원점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맞는가’라는 질문에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유연성 있는 선택권을 드리는 것”이라며 “청년들에게, 또 ‘MZ세대’에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는 당초의 프레임에는 하나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르자 “윤 대통령과 사전에도 통화했고, 방금도 통화했다”며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다시 한번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당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시가 내려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잡음이 새어나왔다. 지난 2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0시간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며 의견을 수렴하면 60시간 이상도 나올 수 있다’고 표명했다.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에 고용노동부는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가중되는 혼란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다소 논란이 있다”며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이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개편안을 보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이 주 60시간을 두번이나 말했는데 보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을 다 담아서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생각하겠다”며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많이 듣겠다”고 답했다.

암초에 부딪힌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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