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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과학 Review - 복잡성 과학을 알아본다질서와 무질서의 힘겨루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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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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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자연과 사회 현상에 대한 대안적인 연구 관점을 제시하며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복잡성 과학 이론에 관해 알아본다.

  복잡성의 과학은 환원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과학에서의 한계점을 전일주의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뇌, 인간, 사회, 경제, 생태계처럼 수많은 인자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계(system)가 발현하는 성질은 그 구성요소인 각 인자들의 성질들을 단순히 선형적으로 합해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 과학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다. 생명이란 어떻게 발현되는가? 인식이란 어떻게 얻어지는가? 또 진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복잡성의 과학은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의 틀걸이로 이해하기 위해 통일된 대합성 이론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첫번째 발걸음은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첫째, 이러한 계(system)들은 서로 병렬적으로 행동하는 수많은 인자들로 구성된 그물망이다. 더욱이 이 그물망 속에는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 사령탑이 없지만 어떤 걸맞는 행동을 보인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은 컴퓨터와는 달리 중앙처리 세포가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물을 전체적으로 인식하고 명령을 내린다.

  둘째, 이들은 여러 층의 조직 단계를 가지며 각 단계마다 새로운 기초단위들을 형성한다. 마치 생명체나 회사의 계층 구조와 유사하다. 이들은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자신들의 조직을 개조하고 재배열하게 된다. 진화란 이러한 기초단위들의 교정과 재결합이다.

  셋째, 이러한 계(system)들은 미래를 예견하고 이에 대응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자체 내부 모형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에 대응한다. 우리가 학습을 통해 뇌 속에 새겨 놓은 수많은 암시적 예견들이 바로 인식의 기초단위들이 되며, 이들은 경험을 쌓아가면서 다듬어지고 재결합해 좀 더 높은 인식의 구조들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계(system)들은 기초단위가 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위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환경에 좀더 수월하게 적응하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범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 속에서 개발과 탐구를 영원히 해나간다.

  이들이 다가가려 하는 곳은 어떤 곳인가? 또한 그 곳으로 향하는 추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이 복잡성의 과학이 대답하려고 하는 핵심이다. 복잡한 적응계는 눈송이와 같이 단순히 복잡한 정적인 대상들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매우 역동적이고 자발적이며 또 무질서해 보인다.

  하지만 혼돈으로 알려진 예측 불허의 소용돌이와는 다르다. 이들은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서있다. 혼돈의 가장자리라고 불리는 이 경계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구조들이 완전히 와해돼 버리지 않을 정도의 안정성을 지니게 되며, 동시에 개발과 탐구를 통해 새로운 구조를 세워 나갈 정도의 유동성을 지니게 된다. 혼돈의 가장자리는 질서와 무질서가 힘을 겨루는 전쟁터이며 복잡한 적응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장소이다.

  이러한 개념은 상전이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물질의 온도를 내리면 무질서한 유체상태에서 질서있는 고체상태로 상전이(相轉移)를 일으키게 된다. 상전이(相轉移)가 일어나는 곳은 질서와 무질서가 대치하고 있는 곳이며 바로 혼돈의 가장자리 영역과 흡사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소위 이차 상전이(相轉移) 현상이 일어나는 곳(임계점)에서 이 두 개념은 아주 유사함을 보인다. 이 곳에서는 물질의 구조가 극도로 복잡해지며 아름다운 쪽거리(fractal)들의 모양새를 이룬다. 이러한 상태에 있는 물질은 외부의 자극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물질 전체가 하나의 걸맞는 대응을 한다.

  임계현상이라 불리는 이러한 성질들은 복잡한 적응계가 보이는 성질들과 아주 흡사하게 보이지만, 적응을 통해 새로운 구조들을 자발적으로 창출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임계상태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복잡한 적응계는 자체 조직화와 적응을 통하여 혼돈의 가장자리로 다가가며 또한 그 영역 속에서도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구조로 진화해 나간다. 고립돼 있는 계(system)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로 분해돼 가며, 그 무질서도를 계량적으로 표현한 것이 엔트로피이다. 철이 녹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며, 낙엽이 썩어 없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개입이 충분히 크다면 부분적으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충분한 영양 공급만 있으면 나무는 작은 씨로부터 커다란 구조로 자란다.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계(system)는 오히려 점점 구조가 복잡해져 간다. 강력한 외부 환경 속에서는 기존의 제2법칙과 정반대가 되는 새로운 제2법칙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복잡성의 정도를 계량화할 수 있는 수학적인 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적응, 복잡성, 생명, 발현과 같은 용어들의 의미조차 안개 속에 싸여있다. 지금의 상황은 열역학 제2법칙이 정립되기 전인 19세기 중반의 혼란 시대와 비슷하다. 그 당시에는 열이라는 것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많은 분자들의 운동에 의해 야기되는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열역학 제2법칙의 중심적인 아이디어인 엔트로피의 개념도 19세기말이 돼서야 통계역학의 정립으로 구체화 될 수 있었다.

  복잡성 과학의 핵심은 바로 이 새로운 제2법칙을 체계화 하는 데에 있다. 생명이 어떻게 발현하는가 또 생명체는 왜 지금과 같은 모양새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궁극적인 질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사회와 같은 복잡한 적응계가 어떻게 발전돼 나가는지를 이해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희망도 생겨나게 될지 모른다.

/ 박형규(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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