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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인문학] 플라톤이 고안한 전지전능한 대상이 ‘더 원’(The One) 교부철학에서는 ‘더 원’이 바로 하나님이라고 강설해동양 고전인 「장자」에선 우주 전체를 ‘대일(大一)’ 가장 작은 물질 단위를 ‘소일(小一)’이라 불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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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30  07: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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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에 개봉돼 세기말적인 미래를 선보인 SF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키아누 리브스가 ‘네오’라는 이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네오’란 기독교의 교부철학에서 하나님을 뜻하는 ‘The One’의 ‘One’에서 철자를 ‘Neo’로 바꾼 이름으로 주인공이 기계의 지배로부터 인류를 구원한다는 복선을 제공한다. 사진은 ‘매트릭스’의 영화 포스터.

숫자 1과 관련해, 지난 주에는 신이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일신교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 후속편.

유대교의 한 분파로 탄생했지만 결국, 로마 제국마저 접수한 기독교의 성공은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현한 또 다른 일신교의 모델이 되었다. 이슬람교도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사막이 광대하게 펼쳐진 척박한 곳에서 작은 분파로 시작했지만, 기독교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로마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 머물렀다면, 마호메트가 창시한 이슬람교는 아라비아 사막을 가로질러 중앙아시아와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영역에 전파됐다.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일신교 사상은 세계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바야흐로 유일신 사상이 다신교를 인류 역사에서 몰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유일신 사상은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에 힘입은 바 크다. 플라톤은 일전에 소개한 바 있는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아 피타고라스의 수 이론과 자신의 이데아론을 종합해 ‘일자(一者)’라는 개념을 창안해 냈다. 참고로 ‘이데아’란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항구적이며 초월적인 실재를 뜻하는 말이다. 오늘날, 영어의 ‘아이디어’는 그리스의 ‘이데아’에서 기원했는데, 플라톤은 사람들 모두 동일하게 인식하는 불멸의 원형을 ‘이데아’라 칭하였다. 플라톤은 그러한 이데아들이 사물과 관념 등 모든 분야에서 제각각 존재하며, 이들 이데아의 근간이 되는 단 하나의 근원을 바로 ‘일자(一者)’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플라톤이 태양에 비유한 유일무이하며 전능한 존재, 더불어 모든 이들이 똑같은 형상과 관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일자’였던 것이다. 그런 그의 ‘일자’ 이론을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 바로 중세 기독교의 ‘교부(敎父)’ 철학이었다. ‘교부’란 ‘교회의 아버지’란 뜻인데, 초기 기독교의 교리를 확립함에 있어 아버지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교부철학은 2세기에서부터 7세기까지 5세기 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종교 철학이었다. 그리하여 교부 철학의 신학자들은 원시 기독교가 이론적 측면에서 정교하고 세련되게 가다듬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바로 플라톤의 일자 이론을 빌어, 하나님이야말로 모든 사물과 인식의 출발점이자 원형인 ‘절대자’라고 강설했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일자’를 과연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답은 바로 ‘더 원(The One)’이다. 단 하나의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뜻에서 대문자 T와 대문자 O를 사용함으로써 말이다. 그런 까닭에 동아시아에서는 플라톤의 ‘The One’을 ‘일자’라고 번역해 불렀다. 부연하자면, 1999년 개봉돼 전 세계를 SF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인류를 기계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가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 ‘네오(Neo)’는 ‘일자’인 ‘The One’의 철자를 살짝 바꾼 것이다. 신적인 능력을 지닌 초인으로서 인류를 구원한다는 복선이 주인공의 이름에 깔려 있는 셈이다.

시선을 돌려 동아시아를 살펴보면, 중국 역시, 플라톤의 ‘일자’, 교부철학의 ‘절대자’에 해당하는 유사 개념이 있다. 바로, ‘대일(大一)’이다. 장자가 쓴 도가 사상서인 「장자」의 ‘천하’ 편을 보면 장자의 벗 혜시가 했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지대무외 위지대일 지소무외 위지소일, 불가적야 기대천리(至大無外 謂之大一, 至小無外 謂之小一 無厚不可積也 其大千里)’라는 문장이다. 풀이하자면 “지극히 커서 그 밖이 없는 것을 ‘대일’이라고 하고, 지극히 작아서 그 안이 없는 것을 ‘소일’이라고 한다. 두께가 없어서 쌓아 올릴 수 없는 것도 ‘소일’에서 보면 그 크기는 천리나 된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현대 물리학에 빗대어서 말하자면 우주 전체를 의미하는 개념이 바로 ‘대일’이며 가장 작은 물질 단위인 소립자가 바로 ‘소일’인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소립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과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물질로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작은 알갱이이다. 소립자가 얼마나 작으냐 하면, 원자의 크기가 1만분의 1mm의 일 때, 원자핵은 1조분의 1mm이며, 소립자는 1경분의 1mm이다. 참고로, 1경이라고 하면, 0이 16개 있는 수. 이 때문에 소립자 물리학에서는 소립자의 크기를 사실상 0으로 설정하고 있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값. 바로 0과 1사이에서 기묘하게 존재하는 ‘소일’의 정체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톤의 일자나 「장자」의 ‘대일(大一)’ ‘소일(小(소)一) ’모두 숫자 1에서 비롯됐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게 깊고 방대하다 하겠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1을 둘러싼 또 다른 인문학 기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어느덧 4월 초순이다. 모두들, 올 해의 단 한 번 뿐인 4월 초를 만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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