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평등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주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평등은 예전부터 이미 논쟁을 불러왔던 주제였고 그 주장 또한 다양하다. 자유와 효율의 지상주의가 전개되는 오늘의 시점에서 평등을 호소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인가? 현실 사회주의 몰락이후 과연 평등은 소멸돼야 할 가치인가?

  학술부에서는 ‘평등’의 고전적 이론을 고찰하는 과정을 통해 평등의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조망해 보고자 한다. 이의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 한국사회가 지향할 수 있는 보다 멋진 미래의 가치가 무엇일 수 있는가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다음은 그 순서이다.

① 총론
② 고전적 평등사상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③ 로크와 루소
④ 현대의 사상 - 롤즈와 노직
⑤ 새로운 대안 모색 - 드원킨과 월저

  죤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자유’를 위해 일생을 바친 사상가로서 ‘평등’의 개념과는 비교적 무관한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로크는 철학자로서 신학자들의 비관용적 태도를 공박하는 「경험론」을 전개하였다. 절대왕정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어용학자들에 대해, 루소는 저항을 정당화하는 「사회계약론」을 전개하였다.

  로크는 피치자의 자발적 승인이 없는 군사독재와 같은 왕정은 야만적 상황으로서 시민사회가 그의 법질서를 수립하는 자유를 지닌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론은 미국의 영국에 대한 독립전쟁의 기초로 작용했고, 미국헌법의 전문에 등장하는 이념이 되었다. 로크는 현실주의적 입장에 근거하여, 자유와 평등의 조건을 경제적인 차원에서 논하였다. 그는 소수의 사유재산과 재화배분상의 불평등을 피치못할 원칙으로 규정하였다. 그는 신체의 안녕과 노동의 결실이 국가의 권위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하는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였다. 그는 부가가치가 적은 농업 대신 가공업을 중시하라고 하였고 화폐의 매개적 역할을 강조하였다. 특정소수의 노력과 근면이 다수의 관련인구를 살린다고 하여 일정한 불평등이 필연적임을 역설하였다.

  로크는 개인의 양심이라든지 정부에 대한 시민대표권을 요구하는 수준의 온건한 자유주의자였다. 그러나 그의 저항권 및 관용 사상은 집단적 차원의 평등사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회 내에 존재하는 집단이 국가에 대하여 권력분립을 주장하는 것이라든지, 종주국에 대하여 종속국가가 대등한 법을 요구하는 태도는 민족간에 평등을 요구하는 것에 해당한다. 로크는 생존권에 있어서 평등성을 주장하였다.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못 가진자의 권리와 해방”을 천명한 혁명사상가였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 그런데 그러한 인간이 도처에 쇄사슬에 의하여 묶여 있다. 나는 그 이유를 풀고자 한다”는 선언과 함께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은 시작된다. 루소는 반(反)사회적 특권층을 봉건적 특수의지로 규정하였다. 그는 그러한 의지를 총체적으로 재교육하고 필요하다면 전쟁을 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보았다.

  루소의 이러한 교육론은 「에밀」에 상술돼 근대국가가 추구하는 아동교육정책의 효시가 되었다. 그는 당시에 가장 모범적 민주국가였던 스위스를 귀감으로 삼고, 보편의지의 법치공화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루소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는 급진적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귀족이나 왕이 지배하는 봉건체제 아래의 국가뿐 아니라, 부르주아의 명망가가 주체가 되는 간접민주주의에서도 자유와 평등의 국가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 어느 계몽사상가들보다 루소가 프랑스 혁명에 가장 지도적인 이념을 제공하였고 심지어 초기 미국지도자들에게도 루소는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회악에 대하여 과감한 법의지가 선언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고 한다. 루소는 가치가 상품으로서 인식되고 부의 생산이 유통과 전문화에 의하여 달성되는 경쟁사회를 소외의 사회로 보았다. 이렇게 그는 법조문으로 표현된 인간관계나 화폐로 표현된 가치의 세계를 거부하고 소박한 의지가 표출되고 통일되는 사회나 국가를 선호하였다.

  그의 이상은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의 그리스였다. 루소는 칸트로 하여금 실천이성이 순수이성과 구분되어 생각되어야 하는 이유를 고취시킨 사상가이기도 하였다. 루소는 어떠한 이데올로기에 가장 가까울까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그의 입장은 애매모호한 요소가 많이 있었으며, 후세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생태주의, 성혁명, 매스컴주의 등 다양한 사회정치변화를 주도한 운동과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루소가 서구적 현대화에 문제점을 던지고, 혈통이나 도구에 의하여 생기는 불평등의 문제에 대하여 그는 해방이 정당하고 또 해방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있었던 사상가였다는 점에서 그는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를 던져 준다.

/ 홍광엽(사과·정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