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자주 어려운 선택을 마주한다. 짜장면과 짬뽕의 선택은 잠시의 고민거리이지만 수업의 선택, 방학을 채우는 일정의 선택, 직업과 배우자의 선택은 중대한 일이다. 우리는 왜 선택해야만 할까. 왜 좋은 것을 모두 가질 수 없을까. 시간과 에너지가 제한적으로만 주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나를 얻으면 더 많은 것, 다른 것도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성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시적 삶의 활력과 산속 삶의 여유처럼 어떤 좋은 것들은 서로를 배척하기도 하는 까닭에 우리는 좋은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해야 하고 우리는 선택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인문학, 즉 역사, 문학, 철학이 주는 혜택 중 하나는 선택의 안목을 벼리게 해주는 것이다. 역사는 실제 선택의 사례를 통해 그 귀결을 알려준다. 문학은 상상적 선택이 선택자와 주변에 미칠 만한 여파를 그려낸다. 철학은 선택해야 할 근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자 한다. 그래서 이 학문의 효용 가치는 일반인들이 누려야 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학도 선택의 기술에 관여한다. 그것은 합리적 소비자의 선택이 어떻게 실행되고 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 한 가지 메시지는 각각의 선택지를 위해 당신이 어느 만큼의 현금을 희생할 용의가 있는지를 가늠하여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 즉, (예산이 허용하는 한에서) 비용-혜택의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을 고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 친구가 묻는다. “주선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무언가 그걸 사용할 때보다 지금 더 큰 혜택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는 휴대전화의 부재가 나에게 주는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혜택이 무엇인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휴대 전화가 주는 다양한 혜택을 압도하고 그것이 없을 때의 불편함을 상쇄할 혜택에 대한 궁금함.) 나는 생각해 본다. 나는 더 큰 혜택을 위해 휴대전화를 구매하지 않았던 것인가.

때로는 어떤 선택은 더 많은 가치와 혜택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한 선택지가 자신에게 맞기 때문에 행해진다. (혹은 그 선택의 결과가 의미 있기에 자신이 선택된 것에 맞추어진다.) 이는 어떤 가치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물론 경제학자는 이것도 ‘더 큰 혜택’을 위한 선택이라 하겠지만 나는 휴대전화가 표방하는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저항과 내가 선택한 생활 양식의 일관성을 지키고자 한 것이라 여긴다. (어떤 이는 그냥 관성이라 하겠지만.)

다른 친구는 가끔만, 혹은 아주 친한 이에게만 알리고 휴대전화의 편리함을 누리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맞고 맞춘 어떤 선택지의 좋음은 이러한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섞인 두 선택지 각각 줄어든 가치를 만회하는 첨가된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짬짜면이 있지만, 충성스러운 짜장면, 짬뽕 애호가들이 있기에 그 아이템은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주동률 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