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비아 숫자 1이 무생물인 광물을 의미하는 데 반해, 아라비아 숫자 2는 광물로부터 나온 최초의 생명체인 식물을 상징한다.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숫자 2는 기호의 윗부분에서 그 감사함을 고개 숙여 표하고 있지만, 땅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기에 아랫부분은 가로획으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디지털 숫자 2에서는 감정이 실종돼 있어 무생물인 광물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서로 섞이려야 섞일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실로 오랜만이다. 어느덧 2024년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캠퍼스는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젊은 청춘들이 발산하는 열기를 아직 당해내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이번 학기에도 한림학보의 도움을 받아 숫자 인문학의 후속 시리즈를 게재하는 바이다.

독자들의 기억을 잠시 떠올리자면 지난 학기에는 숫자 1이 무생물인 광물을 의미한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일신교와 절대적 존재로서의 ‘더 원(The One)’을 거쳐 특이점으로서의 블랙홀을 의미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그리고 달력에서의 1월과 도서관의 듀이 십진법 1이 상징하는 철학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와 함께 영어 문법에서 나 자신을 뜻하는 ‘I’는 1인칭이며, 주기율표 상에서의 1번인 수소, 그리고 소득 불평등과 성 격차 지수에 사용되는 절대적 기순으로서의 숫자 1, 마지막으로 서양 카드 게임인 트럼프와 한국의 화투에서 상반된 가치를 지닌 1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학기에는 자연수 가운데 앞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2’ 이야기이다. 그런 2는 모든 생물의 세포 분할을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생장을 위한 세포 분열은 셋도 아니요, 넷도 아닌 둘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2를 표시해온 인류의 방법은 아라비아 숫자를 제외하면 모두 동일했다. 숫자 1을 나타내는 기호가 무엇이든 그 기호를 하나 더 반복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반면, 수학 기호로서의 아라비아 숫자 2는 식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숫자 2의 모양을 들여다보면 위는 곡선으로 돼 있고, 밑바닥에는 가로줄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은 땅에 속박돼 있는데 밑바닥의 가로줄은 그렇게 움직일 수 없는 뿌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들여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식물의 우아한 모습을 상징해서일까? 수학에서 2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 이상으로 묵직하다. 무엇보다 2는 짝수와 소수의 출발점이다. 2, 4, 6, 8...의 짝수가 됐든, 2, 3, 5, 7...의 소수가 됐든 모두 1이 아닌 2에서 시작한다. 2는 2진법을 통해 컴퓨터를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2진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2진법의 핵심 수는 0과 1이라는 것.

사실 2진법은 세상을 양(陽)과 음(陰)의 두 가지로 본 동양 사상에서 비롯됐다. 태양과 달을 통해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본 음양 사상은 음양가라는 학문이자 종교로 춘추 전국 시대를 풍미한 바 있다. 참고로 기원전 5세기 이후에 중국에서 탄생한 음양가는 자연현상을 관찰해 이를 음과 양의 운동으로 설명하고자 한 제자백가의 한 유파이다. 그렇다고 음양가가 음과 양의 조화만으로 삼라만상을 설명한 것은 아니다. 음양가는 음양과 함께 5행(五行)을 조합해 세상만사를 해석하고 예측하고자 했다. 여기서 5행이란 물, 불, 나무, 쇠, 흙의 5가지 자연물이 음양과 결합해 일으키는 현상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음양가는 사실 음양오행가라는 이름이 더욱 정확한 유파였다. 훗날 불교와 도교의 번성으로 위기감을 느낀 유교에서는 성리학이라는 학문을 개창하며 음양오행설을 수용해 우주만물의 법칙과 원리를 규명한 바 있다.

어쨌거나 세상 만물의 기본 원리가 2로부터 비롯되어서 그런지 숫자 2는 제곱으로 사용될 경우, 면적의 모든 단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다른 숫자들을 내려다보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를 테면, 제곱 미리미터(mm²) 나 제곱 센티미터(cm²) , 제곱 미터(m²) , 제곱 킬로미터(km²) 등과 같은 면적 단위에서는 제아무리 큰 숫자라 하더라도 평면상에서는 숫자 2보다 낮은 위치에 놓여 있다. 비록 숫자의 크기는 좀 작지만 말이다.

한편, 수학에서 1차원이 선이라면 2차원은 평면이다. 면적을 지니는 평면은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지구의 표면을 이루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단순한 평면이 아닌 X축과 Y축 값을 지닌 평면은 이른바 ‘데카르트 평면’이라 불리는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가 발명한 좌표계를 의미한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서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 천정에 붙은 파리가 이리자리 날아다니면서 위치를 옮기는 데서 영감을 얻어 해당 좌표계를 고안해 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그가 군대에 있을 때, 막사 천장에 붙은 파리를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어쨌거나 평면을 가로와 세로 두 축으로 나누어 단 두 개의 숫자로 위치를 쉽게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데카르트의 천재적인 영감에 의해 고안됐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일신교와는 또 다른 결을 지닌 이신교(二神敎)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모두 가을학기를 즐겁고 알차게 잘 맞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