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중부에 있는 야즈드시에는 아직까지 조로아스터교의 종교 시설이 잘 보존돼 있다. 일명 ‘침묵의 탑으로 불리는 이곳은 조장(鳥葬)을 했던 신성한 장소이다. 참고로 조장(鳥葬)이란 시체를 들에 놓아 새가 파먹게 했던 원시적인 장사(葬事) 방식이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금은 한 명의 신만 섬기는 일신교가 현대적으로 느껴지고 다신교는 전근대적으로 취급되지만, 인류 역사에 비춰볼 때 일신교와 다신교의 전통적인 지위는 정반대였다. 다시 말해, 다신교는 자연적으로 것으로 여겨진 반면, 일신교는 이단적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 가운데 단 두 명의 신을 받드는 이신교는 신들의 단촐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1,000년 이상을 번성했다. 더불어 이신교 가운데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종교는 조로아스터교였다.

이란의 동북부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예언자 조로아스터는 영어식 발음으로, 그는 다양한 명칭을 지닌 신비로운 이였다. 더불어, 그가 지녔던 여러 이름 가운데 하나가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주요 등장인물인 짜라투스투라였다. 짜라투스투라란 ‘낙타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중동에서는 전통적으로 상당한 재력가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짜라투스투라는 사제 계급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사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종교학교에 들어간 그는 당시의 다신교가 유발하는 여러 모순과 병폐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이신교를 창안하게 된다.

조로아스터는 낮과 밤의 순환으로부터 선과 악이라는 이원론적 교리를 창안해 냈다. 조로아스터교의 최고신인 아후라 마즈다는 지혜의 신으로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새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선과 함께 인간을 창조한 이다. 그런 그에게는 쌍둥이 아들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선과 악을 대리했으며 이후, 인류는 그들을 따라 각각 선과 악의 길을 택하며 대립하게 된다. 마치 하늘의 대천사였지만 하나님이 부여한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사탄이 된 루시퍼를 떠올리게 하는 플롯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조로아스터교는 오랜 기간, 중동 지역에서 절대적인 믿음을 확보했으며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필자 역시,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대한 조로아스터교의 역사적인 영향력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런 조로아스터교는 지금도 이란에서 최대 10만 명 정도의 신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조로아스터교가 발흥한 이란 중부의 야즈드시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폴로는 원나라로 향하던 길목에서 야즈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13세기 당시에는 야즈드가 매우 훌륭하고 당당한 도시였으며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각설하고,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숭배했기에 중국에서는 ‘배화교(拜火敎)’로 불리기도 했다. 숭배한다는 의미의 절할 ‘배(拜)’를 사용해 불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사실, 조로아스터 교에서 불을 숭배한 것은 정확히 말해, 불에서 나오는 빛과 온기, 그리고 에너지를 숭상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불에서 나온 모든 것이 초월자의 형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조로아스터교인들은 흡연을 혐오했다. 흡연은 담배에 침을 묻혀가며 불을 빨아들이기에 불 자체를 모독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우주의 존속을 선과 악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보았다. 특히 인간 세상은 아후라 마즈다의 쌍둥이 자식인 선신(善神)인 스펜타 마이뉴와 악신(惡神)인 앙그라 마이뉴의 싸움터였다. 더불어 인간은 이 전쟁에서 선신을 도와야만 했다.

단순하기에 오히려 강력한 종교적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조로아스터교는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B.C. 559-330)에서 중요한 종교였으며 후대의 사산 왕조(A.D. 224-651)에서는 공식 종교로 등극했다. 조로아스터교는 뒤에 발흥한 그노시스파와 마니교 같은 이신교에도 많은 영감을 불어 넣었다. 참고로 그노시스파는 헬레니즘 시대에 유행했던 기독교 종파의 하나로 선과 악의 이원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인간의 선한 영혼이 죄악으로 물든 육체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노시스파는 기독교에 의해 이단으로 지목돼 정통 기독교의 탄압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조로아스터교가 막대한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이신교인 마니교에 대해 알아본 다음, 과학에서 의미가 남다른 숫자 2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느덧 가을 기운이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한낮엔 아직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반갑기만 하다. 모두들, 9월의 정취를 만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