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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정부가 ‘경제위기설’을 내세우고 복지예산증액억제방침을 발표했다. 사회부에서는 사회복지정책의 문제점과 전망을 살펴본다.
1. 고용
2. 사회보험 - 연금제도
최근 국민연금의 재정파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8년에 시행된 국민연금은 2010년이나 2020년에 가서야
재정위기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으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구조적인 재정파탄과 이로 인한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국민연금의 붕괴는 한국경제의 붕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갖는데 이 위기의 징후는 20-30년 뒤가 아닌 당장 2천년대
초반부터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내는 돈보다 연금이 훨씬 많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재정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단순화시켜서 보면 가입자들이 100을 내고 200을 가져간다면 나머지
100은 어디선가 보충돼야 한다. 통상 적립방식하에서는 나머지 100을 기금이자수입이나 투자수익 등에서 보충한다. 그러나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아무리 투자를 잘하고 기금수입을 증대시킨다 해도 워낙 천문학적 규모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적자분을 보충할 수 없다.
이러한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크게 두 가지가 모색되고 있다. 첫번째 해결책은 정부기관연구소에서 제안하는 것으로 연금을 낸
만큼 받아가도록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액을 인하하는 등 연금구조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 적합성은 있으나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대국민약속’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연금액 인하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둘째로 연금 적자분을 부과방식(노인세대의 연금을 당세대의 젊은 노동인구가 부담하는 것)으로 전환하여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방법은 정부의 공식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부과방식의 연금제도가 성공하려면 인구성장률과 임금상승률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2020년대의 한국은 연금제도가 구상된 1980년대와 같은 인구성장률과 임금상승률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또한 노인부양율이 매우 높은 사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후세대는 연금적자분을 부담하기 위해 엄청난 경제적 곤경을
겪을 것이며, 이는 사실상 부과방식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재정위기에 대한 두번째 우려는 연금기금운용의 파행성에서 찾을 수 있다. 96년 8월까지 국민연금기금은 96년
정부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9조원 정도의 천문학적 기금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중 65%에 해당하는 13조원 가량이 정부의 재정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위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의해 정부가 사용하는 이 돈은 몇 년안에 수십조원으로 불어날 것이고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연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연금차입금이 정부 1년 예산과 동일한 규모로 커지면 정부는 이자는 물론 원금상환도 지급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며, 이는 바로 국민연금의 재정파탄을 결정적으로 촉진시킬 것이다.
현재의 구조로는 이러한 정부의 재정자금을 통제할 아무런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상환불능 가능성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연금기금을 정부가 국내자본처럼 사용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며, 잘만 사용하면 경제성장의 훌륭한 도구가 되므로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금기금의 국가 재정자금화는 반드시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확보되는 국공채 등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국공채 등 유가증권의 매입을 통해 원금에 대한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에서의 유동성 확보 및 국가재정자금화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행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자금화는 금융시장에서 전혀 환금성이 없는 ‘예수금증서’를 교부함으로써 원금변제의 책임소재를
불확실하게 하고 대규모의 자금이 재정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연금기금은 막대한 규모 때문에 사용하기에 따라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의 기금운용방식은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경제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고 전국민의 노후보장이라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에 대한 전국민적, 전계급적 합의가 중요하다. 더 늦기전에 범국민적인 연금제도개혁기구가 구성되어 연금문제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 김연명(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