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불황에 빠진 와중에 북한군이 잠수함을 타고 침투하여 세상을 온통 소란스럽게하는 속에서도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국회 소관 상임위별로 진행된 국감에서는 매일같이 귀가 솔깃해지는 사실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 가운데 정부 각 부처마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재경원과 국세청 등 정부의 재정 금융관련 부처와 산하기관의 요직을 부산·경남출신 인사들이 독차지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함께 보건복지부 산하 3개기관 부장급이상 간부의 절반이상이 청와대와 여당 등에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부처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가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경제위기 운운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목청을 돋우면서 내년 예산편성에서 대선을 겨냥해 관변단체에 대한 지원규모를 올해의 두 배이상 늘린 바 있다.

   이와같이 공공연하게 낙하산 인사가 자행될 수 있는 근본원인은 독점적인 권력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에서 보여지듯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 이외에도 제도화되지 않은 유형, 무형의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마치 전리품 나눠주듯 논공행상을 하는 것이 관례화 되다시피 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볼모로 선택을 강요한 흥정의 결과인 셈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법칙처럼 생존을 위해 내린 선택의 결과는 전·노재판으로 돌아왔다. 김영삼정권의 초기 개혁정책은 세계화를 화두로 선성장 후분배 및 개혁의 문민독재로 변모해 갔다. 그 결과 잉태된 6·27 지자제에서의 패배를 계기로 전노구속으로 상징되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들어간 것이다. 개혁의 부활이후에는 4·17총선에서 승리하자마자 곧바로 8·15특별사면 등 자신이 스스로 개혁정책에 의해 폐지했던 과거의 관행으로 회귀하고 있다.

   역사는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를 끌고 가는 동력은 민중의 힘에 있다는 것이다.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는 김영삼식 개혁의 승패는 이제 대선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요즈음 또다시 북풍이 불어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지만 내심은 내년 대선에서의 수읽기에 골몰하는 빛이 역력하다. 3당 안보공조에서 보여지듯이 보수표를 의식한 강경 분위기 일색이다. 우리 선거는 늘 대북변수에 지역주의 색채를 강하게 띄어왔다. 꼭두각시처럼 40여년을 같은 방식으로 투표해서 얻은 것은 독재고, 잃은 것은 국민의사였다.

   국민의사는 철저히 무시된 채 지역주의만 남은 것이다. 더이상 지역을 볼모로 우롱 당하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자. 신라시대 골품제로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