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조갑제, 이문열 등으로 대표되는 우익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반박하는 글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생각과 틀리면 무조건 ‘아니다’라는 식의 비난뿐인 글과 상대 논리의 모순을 조목조목 짚어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신랄한 비판의 글이 있다.

  전자에 속하는 글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그리고 진중권의 『폭력과 상스러움』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글을 볼 수 있다. 우연히 읽게 된 신문, 잡지 혹은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스크랩해 그것들에 대한 코멘트(자신의 생각)를 덧붙인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때문에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라는 두 번째 제목을 달게 됐다. ‘엑스 리브리스’는 우리말로 ‘…라는 책에서’라는 뜻이다.

  다양한 인쇄매체에 있는 글들을 인용했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하나의 공격대상을 두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바로 한국의 ‘우익’이라 불리는 『조선일보』, 조갑제, 이문열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매체와 유명인사들이다. 이 외에도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정권을 칭송하는 이들이나 천박한 자본주의의 자율경쟁을 옹호하는 이들은 모두 진중권의 표적이 됐다. 이 책은 ‘폭력’, ‘죽음’, ‘자유’ 등의 총12개의 소주제로 나눠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익’ 패거리 권력의 힘과 그들이 행사하는 일상 속에서의 언어적 폭력을 고발한다. 『조선일보』의 사설, 심지어 서평에서까지 보이는 좌파 죽이기, 이문열의 소설 속에 나타난 성차별, 지역주의, 권위주의는 이제는 너무나 깊숙이 일상화 돼 있어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들의 우익사상에 동화되어 가고 한국사회의 지성자체가 변질되어 감을 우려한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가 표현한 지금 한국사회는 ‘이지메’, 자신이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다수권력에 붙어 다른 모난이를 따돌려야 하는 사회이다. 그것이 한 사회, 한 집단의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공교육을 통해 빨갱이는 ‘나쁘다’라는 인식이 내재돼 있는 이 사회에서는 자신이 빨갱이가 아님을 강조해야 한다. 아니면 한국의 우익들이 똘똘 뭉쳐 사회 질서유지를 위한답시고 처단하려 들기 때문이다.

  한국 우익의 세력은 뿌리가 깊고 그만큼 방대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대항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빨갱이임을 자처하는 것이 되고 이 사회에서 그것은 매우 위험한 고백이 된다. 하지만 진중권의 글은 그런 눈초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글은 우익집단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비판을 퍼붓는 형식이다.

  『조선일보』에 자신이 쓴 글이 오용되더라도 자신은 그런 의도로 쓰지 않았다고 뒷짐을 지고 있는 지식인들. 이들에게 진중권이 하는 말은 ‘자기들은 얘기를 했고, 나머지는 『조선일보』기자가 한 짓이라고 발뺌을 할 게다. 그런데 나는 이런 빌어먹을 습성이 정말 싫다. “불쌍한, 오 불쌍한 우리의 지식인들…”’이다. 그는 돌려서 얘기하지도 가명을 쓰지도 않는다. 실명을 거론하며 불쌍한 지식인들이라고 얘기한다. 얌전한 비판 글에 익숙한 독자들은 그의 이런 필체가 어색해 적응이 안될 수도 있겠다.

  이 책에 거론된 비판의 대상은 한 두 명이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잘 알려진 학자부터 언론인, 문학인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그가 고발한 우리사회 우익집단의 횡포는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는 많은 이들이 우익 사상에 동조돼 한국사회가 변질되는 것을 막고 이에 대항하는 비판세력의 힘을 키워나가기 위한 작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