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는 독자가 양질의 언론을 만든다”

수구언론의 왜곡·편파보도는 비판이 아닌 청산해야 할 문제

  사회부에서는 지난 3월 언론노조 김용백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개혁파 언론인’ 들과의 인터뷰를 연재기획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시절부터 언론개혁을 위해 앞장서 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성유보 이사장을 만나 그의 ‘언론관’ 과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보수 언론들의 선거관련 보도 행태’ 에 관해 얘기를 나눠봤다.

▲지난 3월 말 일본 『아사히 신문』서부 본사 노조에서 주최한 강연 요청을 받아 갔다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강연에 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듣고 싶다.

  일본 주요 일간지인 『아사히 신문』노조에서 내게 ‘한국 언론의 민주화 운동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요청했었다. 현재 일본 언론은 독과점으로 인한 심각한 상업주의에 빠져 있다. 경영진, 사주에 의한 간섭 또한 우리나라 일부 언론과 비슷한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의 언론은 이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눈으로 한국의 언론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움직임의 역동성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했다. 이러한 대항 움직임조차 미비한 일본은 한국과 연대해 언론개혁을 펴나가길 제안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젊은 지식인들의 국제적 관심이 필요할 듯 싶다.

▲최근 민주당 경선과 관련한 일부 언론들의 ‘음모론’,‘색깔론’ 등의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일부 족벌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한국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 올바른 언론이라면 각 정권이 가진 입장만을 객관적으로 보도해주는 것이 정상이다. 이후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문제는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이 심판을 자신들이 내리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독재정권 당시 주입된 ‘낡은 개념’을 2∼30년이 지난 지금 끄집어내고 있다. 이는 언론이 ‘총·칼’ 이 아닌 ‘펜’ 으로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회식자리에서 나왔다는 민주당 대선 후보 노무현의 ‘주요 신문 국유화 발언’ 을 일부 언론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기자들의 발언들 또한 수시로 달라져 비난받고 있다.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 발언이 있었던 때는 몇 개월 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말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노 후보의 발언이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바로 그 시점에 기사를 썼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그 발언을 비판하는 언론들은 노풍이 거세어지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찾아 몇 개월 후인 이제야 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권력화 된 언론의 표본인 것이다. 또한 지금 노 후보의 언론관을 가지고 비판을 하려 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들의 언론관을 듣고 그것에 관해 보도해야 한다. 현재 이런 낡은 언론이 남아있다는 것은 민족적 수치이고 비판해야 할 문제가 아닌 청산해야 할 문제이다.

▲올해 지방자치제와 대선을 앞두고 『민언련』의 선거보도 감시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선거보도 감시 정책과 언론개혁에 대한 앞으로의 구상을 듣고 싶다.

  지난 11일 선거보도 감시 위원회가 발족식을 가졌다. 이번 감시 활동에서도 정책 경쟁과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는 등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민언련』은 전국 6개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고 이에 지역 언론들의 선거 보도도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이번 해는 양대 선거가 있기 때문에 ‘언론개혁’ 의 목소리를 높이기는 어렵다. 내부조직을 다지며 선거보도 감시에 맞춰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언론개혁에 있어서 언론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시민들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는가.

  ‘훌륭한 소비자가 좋은 상품을 만든다’라는 말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언론도 다름 아닌 상품인 것이다. 다른 상품과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지적인 앎’의 부분일 것이다. 왕조사회에도 일종의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왕을 위한 것이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은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언론이 제대로 된 상품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에는 진실 보도,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 등이 있다. 양질의 상품을 만들려면 국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언론을 맹신하는 경향이 강하고 언론 또한 이를 이용하고 있다.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보다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면에 있어서 작년에 있었던 ‘언론사 세무조사’ 는 국민들에게 ‘언론의 잘못된 관행’ 을 알리는 계기가 된 듯 싶다.

  하지만 당시 일부 언론들은 그것을 ‘언론 탄압’ 이라 주장했다. 현 정권이 행한 언론사 세무조사가 100% 순수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납세의 의무는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적인 의무이다. 이를 ‘언론탄압’이라 저항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약점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를 감시·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이러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 ‘할 말’ 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언론은 진정한 언론이 될 수 없다.

▲초대 『한겨레 신문』의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한겨레신문』의 초기 개혁 정신이 퇴색했다는 비판이 있다.

  초기보다 일상화 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한겨레 신문』의 역할은 우리나라 언론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한겨레 신문』뿐 아니라 모든 언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기자는 ‘기자 출입처’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직접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현실적 문제가 바로 ‘광고의 압력’이다. 이것은 시장 경제 체제에 있는 전 세계 언론이 가지고 있는 숙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광고 의존율은 어느나라 보다 높다. 하루 빨리 광고에 대한 의존율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앞으로 언론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많은 젊은이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사회 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듣고 싶다. 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사회,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입시, 취업 위주의 교육으로 현재 학생들은 1970∼80년대 보다 학업성적은 뛰어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전문능력을 가지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으로 인해 파편화 된 개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큰 문제이다. 이러한 방식을 벗어나 민주적 운영, 공동체 사회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김정욱 기자 kjw030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