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이 세 신문은 신문시장의 70%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재산을 거머쥐고 있다.
이렇게 잘 사는 언론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책이 바로 한겨레신문 손석춘 논설부장의 『부자신문 가난한 독자 - 한국의 친일언론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이다. 이 책에서는 조·중·동이 권력에 유착해 살아가다가 스스로 권력화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세 신문 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친일’이라는 추악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친일언론의 찬양보도를 고발한다.
가장 노골적인 신문은 조선일보다. 그들은 60여년 전 신년호부터 제호위에 일장기를 올렸다. 게다가 군복을 입고 칼을 찬 일왕의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저자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노동운동을 탄압하며 펴나간 친재벌 정책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적극 동참했다고
말한다. 또 1965년 삼성재벌이 중앙일보를 창간하면서 친재벌 보도행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당시 사회악으로 지탄받던
밀수행위까지 옹호하는 등 삼성재벌의 ‘방패막이’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이다.
언론의 권력과의 유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80년 ‘신군부’를 찬양한 집중보도 ▲동아방직 공장에서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동원된 폭력배들이 여성노동자들에게 분뇨를 강제로 먹인 만행마저 철저히 묵살한 반노동자적 보도 ▲금강산댐 소동으로 상징되는 냉전적인 반공보도
등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1986년 금강산댐에 관한 잘못된 보도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당시 민주화세력의 전두환 정권 타도투쟁과 직선제
개헌 투쟁이 불붙어 가자, 언론의 난데없는 금강산댐 보도가 시작된 것이었다. 전두환 정권의 발언을 시작으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시작됐다.
북한의 금강산댐이 붕괴되면 ‘63빌딩 절반 가까이가 물에 잠긴다’, ‘원폭투하 이상의 피해’등과 같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표현을 쓴
보도이다. 하지만 보도의 영향력을 실로 컸다. 사람들은 반공정신을 되새겼고, 결국 평화의 댐 건설이 추진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주머니돈을 털어
성금을 모았다.
이처럼 황당무계한 보도가 이제는 사라졌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게다가 언론은 더 이상 권력에 빌붙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몸은 불어났다. 저자는 언론이 스스로 권력화 되었다고 표현한다. 웬만한 용기를 가지지 않고서는 수구언론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은
힘들다. 그랬다가는 그들만의 마녀로 낙인찍힌다. 마녀사냥식 보도와 사상검증 등으로 견딜 수 없는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 독재정권이 자신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같은 민족인 북한을 적으로 만들고 반공교육을 주입시킬 때 이들 수구언론은 반공의식을 널리 퍼뜨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아직도 대북 우호정책에 붉은 칠을 하는 실정이다. 저자는 내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조한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과연
그런가 하는 것이다. 여러 사상을 가진 정당이 공존하지 않는다. 조금만 다른 주장을 펴면 사상에 의심이 간다며 빨갱이라고 몰아세운다.
국가보안법은 이렇게 다른 사상을 갖는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정당화시키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없어져야 할
제도임을 강조한다.
지난해 정부에서는 언론개혁이라는 목적아래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언론개혁시민연대를 결성해 끊임없이
언론개혁을 요구한 결과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색깔론과 지역감정까지 동원해 언론탄압이라며 여론을 호도했다. 갑자기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요구에도 소극적이던 김대중 정권이 주도적으로 언론사 세무조사를 이끈 것처럼 조장했다. 언론개혁을 위한 독자들의 움직임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수구언론이 황당할 따름이다. 또 언론개혁이라는 거대언론사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싸움은 독자들로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언론개혁은 언론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회세력이 주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가난한 독자로 피해를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짧은 호흡으로 보다 명확하게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회 구조를
노동자에게 좀더 불리하게, 기득권층에게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수구언론들. 이들을 보다 상세히 분석하고 강하게 비판한다. 가난한 독자들을
위해서 언론개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들에게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말이다. 시민이라는 수많은 다윗의 힘으로
언젠가는 거대한 골리앗이 무너질 날이 오지 않을까? 저자의 강한 필체 속에서 희망이 엿보인다.
/ 홍수경 기자 hsk@hallym.ac.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