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화가날 때, 습관적으로, 혹은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 욕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그 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 뜻을 알고 쓰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욕의 기본은 세상이 음과 양의 조화로 돌아가고 있다는 동양사상(이원론)에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좇’과 ‘씹’이다. 좇은 남성의 성기, 씹은 여성의 성기 혹은 성교를 뜻한다. 이 둘을 나타내는 단어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어떻게 ‘좇’과 ‘씹’이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음양이론을 토대로 쓰여진 주역에서 남자는 양(陽 - 볕, 밝다)으로 표현된다. 이는 곧 하늘을 나타낸다. 그리고 여자는 음(陰 - 응달, 습기)으로 땅을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 남성을 하늘 모시듯 해야 한다는 불평등한 사고방식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기운은 언제나 말라있어 건조하다. 하늘에 습기가 많아지면 비가 내린다. 그래서 곧 그 습기를 없애버린다. 이처럼 건조한 하늘을 표현하는 남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때 ‘건조’하다에서 ‘건’자를 빼고 조(燥 - 마를)자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하늘과는 반대로 땅은 축축하고 습하다. 습한 기운은 하늘로 올라가 다시 비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땅 위나 땅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여성을 습(濕 - 습하다)자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조(燥)자와 습(濕)자는 남녀 각각의 성(性)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뜻은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나타내는 말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또한 조(燥)와 습(濕)은 전쟁을 비롯해 평화스럽지만은 않은 각박한 삶 속에서 점점 격하게 표현되었다. 결국 ‘좇’과 ‘씹’, 혹은 더욱 강하게 발음하는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흔히들 사용하는 ‘씹새끼’라는 욕이 어떤 의미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머니의 자궁에서 길러져 양수와 함께 어머니의 음문(陰門)을 통해 태어난다. 따라서 어찌보면 누구나 어머니의 씹에서 나온 ‘씹새끼’가 될 수 있겠다. 모두가 ‘씹새끼’임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가 뭘까?

  물론 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가장 어릴때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배우는 어머니의 치부가 타인에 의해 노골적으로 비하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새끼라는 말로 자신까지 매도당하는 것이니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욕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격하시켜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씹팔’이라는 욕은 씹을 팔다 곧, 성을 판다는 말과 같다. 이와 비슷하게 씹을 응용한 ‘씨발’이라는 말은 성교한다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씨발놈은 성교할 남자란 뜻이다. 성(性)자체를 비밀스레 여겼던 한국 사회에서 드러내 놓고 ‘씹을 할’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욕은 처음에 조(건조)와 습(습함)이라는 성별, 즉 음양의 조화를 뜻하는 것이었지만 차차 상대방을 비하시키고 성적인 모욕감을 내포하게 되었다. 이렇게 상대방을 때로는 자기자신을 비하하는 발언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습관적으로 욕을 내뱉는 행위는 이제 고쳐보는 것이 어떨까.

/ 홍수경 기자 hsk@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