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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한국의 약 70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에 인구는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1천9백만을 가진 국가이다. 호주의
대학은 이러한 특성과 영국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엘리트 양성 위주의 소수교육제도를 그 전통으로 해왔다. 그러나 60년대에 와서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주의 대학 교육도 미국식의 대중교육으로 전환하게 된다. 또한 미국에서 교육받은 교수진의 영향으로 미국의 교육내용과
방법이 전통적인 영국식 제도와 병행하게 된다. 현재는 대학마다 그 특성에 맞게 미국의 course work 위주의 교육과 영국의 연구 위주의
제도를 혼합하여 운용하고 있다.
호주는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이다. 학생들은 10학년을 마치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대학진학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곧장 취업을 하거나 또는 취업을 위한 기술훈련을 주에서 운용하는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에서 받는다. 호주 전역에 약 230개의 TAFE가 있으며 국민교육기관으로서 성인에 대한 재교육과정 및 취미, 여가활동에 대한
교육도 담당한다. 또 10학년 수료자의 약 50%정도는 11, 12학년에 진학해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대학입시는 공통과목과 대학에서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요구하는 선택과목으로 구성되며 각 주별로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형방법은 주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개 11∼12학년의
내신성적 50%와 대입시험 성적 50%를 반영한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현재 38개가 있다. 모든 대학이 연방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들이다(본드대학은 제외).
그래서 원래는 약간의 학생회비를 제외하면 무상교육이었으나 약 10년 전부터 재정적자 악화를 이유로 유상교육으로 전환되었는데 등록금은 학생이
수강하는 학점의 수에 따라 책정된다. 등록금은 재학시 할인된 금액을 납부하거나 아니면 졸업 후 소득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장기할부로 상환한다.
추가로 학생들은 재학시 정부에서 생활비의 일부분을 무상으로 보조받거나 저리로 장기융자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가정형편이 좋은 중상위 소득계층
학생에게는 그러한 혜택이 없다.
대학교의 정규과정은 고등학교에서 교양과정을 12학년(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에 모두 마치기 때문에 보통 3년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경우 6년, 건축, 치과, 수의학의 경우는 5년, 공대, 농대, 음대, 간호대는 4년이다. 대부분의 전공에는 추가로 1년의
Honours과정이 있는데 정규과정 이수 후 상위 5%에 해당하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진학이 허용된다. 이 과정에서 최상등급인 1등급을
받으면 석사 학위를 거치지 않고 곧장 박사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다. 그 외의 상위등급 학생들은 석사 과정에 장학금 등 여러 혜택을 받으며 진학할
수 있으며 일부 과목들도 면제를 받는다. 수업은 보통 3시간의 강의와 1시간의 튜토리얼(tutorial)로 구성된다.
강의는 한국의 경우와 유사하게 전반적이고 포괄적이다. 반면에 튜토리얼은 강의를 보완하기 위해 실무교육이나 실습을 주로 다룬다.
한 그룹이 약 10∼15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전문 tutor나 대학원생이 담당하는데 거의 격주로 제출되는 과제물에 대한 자유롭고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지며 개별적인 지도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의 토론에 대한 참여도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사전준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과학계열의
학과에서는 실험도구나 장비에 대한 사용방법을 숙련시키고 실습도 병행하여 pracs(practicals)라고도 한다. 튜토리얼에 충실하면
시험준비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은 튜토리얼을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 학년인 3학년으로 진급하면 학습량이 크게
증가한다. 전문인 양성을 교육의 중심으로 하여 저학년 경우와 같은 강의를 듣기보다는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주제도 이론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 및 분석이 그 주를 이루고 토론 및 팀 또는 개인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한다. 과제 또한 단순한 서술형이 아닌 형식을 갖춘 3천∼5천자정도의 에세이로 수업시간에 직접 발표하며 학생 스스로 수업을 이끌어 가게 된다.
강사는 중간발표나 진행리포트를 통해 장점과 단점을 지적해주고 최종 결과물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학점은 기말시험과 과제물로 평가되며 고학생으로 진급할수록 과제물의 비중이 높아진다. 시험은 과목당 3시간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의 경우 에세이 타입의 문제가 포함된다. 학점은 최상급인 HD(High Distinction)부터 D(Distinction),
C(Credit), P(Pass), 그리고 낙제점인 F(Fail)로 구성된다. 절대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학점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편이다.
F를 맞은 학생들에게는 방학중에 실시되는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때론 하위학점을 맞은 학생도 강사에게 허락을 받은 후
응시할 수 있다.
호주의 대학원은 한국의 경우보다 세분화 되어있다. 먼저 Graduate Diploma과정은 통상 1년의 course
work과정으로 전문적 지식교육을 제공하거나 또는 대학원에서 전공을 변경한 학생들에게 예비석사과정의 역할도 한다. 석사(Master)과정은
일정의 course work이수와 논문제출로 구성된다. 호주의 대부분의 대학원은 연구중심 학습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석사논문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석사과정 이수자 중 상위의 학생들에게는 우등석사(Master with Honours)가 수여된다.
마지막으로 박사과정은 소수의 필수과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연구과정이다. 우등석사를 취득한 학생에게는 이러한 과목들도 면제되어 진학과 동시에
지도교수가 정해지고 연구에 전념하게 된다. 논문의 심사는 3명 이상의 타 대학교 또는 해외의 학자에게 의뢰된다.
호주대학의 최고직위는 Chancellor이나 실제적인 권한이 없는 명예직이다. 한국의 총장에 해당하는 직위는
Vice-Chancellor로 학자로서 상당한 경력과 명성을 요구한다. 교수의 직위체계는 최상급의 Professor로부터 Reader(또는
Associate Professor), Senior Lecturer, Lecturer, Associate Lecturer가 있고 튜토리얼을
담당하는 Senior Tutor 및 Tutor가 있다. 특징적인 것은 Professor의 직위는 한국처럼 일정한 복무연한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동문회 및 사회인사를 포함하는 인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걸쳐 그 명성과 업적이 뛰어날 경우에만 수여된다. 그 때문에 한
과에 Professor의 직위를 갖은 학자는 몇명 안되며 많은 교수들이 Professor까지 오르지 못하고 정년 퇴직하게 된다. 호주의 경우
Professor는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속하며 다른 직위와는 다르게 호칭 시 Professor를 성 앞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 다음호(277호)에서는 러시아의 대학편이 이어집니다.
/ 허현승(경제학부·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