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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도시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꾸리찌바는 더이상 낯선 지명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꾸리찌바를 다녀왔고
그 방문 기록을 통해 그 곳의 모습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꾸리찌바시에 ‘꿈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그리고
부제는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 이야기’라고 돼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에게 인식돼 있는 도시의 이미지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처럼 꾸리찌바는 일반적인 도시에 대한 통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도시 그 자체가 삶의 평안한 보금자리이고
낭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길을 걷는 즐거움, 대중교통의 안락함, 풍족하게 조성된 녹지공원,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문화유적들, 약자들을
섬세하게 배려하는 복지체계 등을 통해 시민들끼리 교감하면서 자부심을 북돋울 수 있는 광장이 바로 꾸리찌바의 모습인 것이다.
브라질 남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꾸리찌바시는 약 430㎢의 면적으로 인구가 1백40만명 이상인 도시이다. 1950년대부터
급속한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도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행정당국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실행해 나갔다. 이로인해 자동차가 급증하고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도시의 풍경과 역사유산들은 사라져갔다. 그러나 1962년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오늘의 꾸리찌바를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자이메 레르네르의 출현과 함께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1971년부터 199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장을 역임하면서 꾸리찌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들의 도시 만들기는
막연한 희망과 맹목적인 열정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도시계획을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했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을 구체적인 경제·사회적 목표에 부합하도록 설정했다. 그러한 기틀 위에 지난 30여년 동안 꾸리찌바의
도시디자인은 ‘도시계획 연구소’에서 실행됐다. 이 연구소는 집행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많은 전문가들을 키워내는 훈련장으로써 기능했다.
레르네르 시장은 전문가와 함께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식이 많아 무슨 아이디어가 나오면 삐딱한 자세로 그것이 왜 실행되기
어려운지, 부정적인 요소들만 생각해내는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전문적인 지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여러 전문화된
영역들로 분화된 칸막이 안에서 안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내놓는 결과가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꾸리찌바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은 정적인 행정처리는
역동적인 도시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에서 무엇이 구체적 문제로 떠오르는가를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들을 함께 모색한다.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도시개발에 힘쓰는 것이다.
꾸리찌바 프로젝트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한 도시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다양한 기능 및 사회적 요구들을 탁월하게 결합시킨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라고 하면 ppm, 데시벨 등 전문적이고 딱딱한 통계수치들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전문가나 정책 담당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 꾸리찌바에서는 그러한 행동 프로그램을 문화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재미와 장난’이라는 말의 의미도 바로 거기에 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재활용과 교육의 직접적인 연결이다. 꾸리찌바에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장난감 공장이 있는데 이
아이디어는 약 6백여명의 산업 디자인 연수과정 학생들이 여러 모양의 인형을 개발했던 「꾸리찌바 창조 센터」의 1일 작업장에서 탄생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모형은 빈민지역에 세워진 장난감 공장으로도 확대됐다. 지금은 어린이 환경 탁아소에서도 비슷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시도는 재활용 버스를 이용한 이동교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용 연한이 지난 버스를 개조해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순회하는 이 버스에서는 목공, 공예, 전기기술, 인쇄 등의 다양한
교과목들의 강의가 제공된다. 또한 인간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온 성과는 시내외를 주행하는 버스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가용을 억제하면서 효율적인 대중수송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꾸리찌바에서는 철저하게 버스 위주로 교통을 재편했다. 기다란 버스들은
전용도로로만 다니기 때문에 정체될 문제가 없다. 버스를 ‘땅위의 지하철’로 삼는다는 개념으로 건설된 이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신속성·통합성을
저비용으로 달성하게 된 것이다.
물론 꾸리찌바가 유토피아는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생태적인 건강함과 삶의 문화적 풍요로움이 얼마만큼 깊이있는
친화력을 갖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 행정과 경제가 얼마만큼의 효율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돈이 있어도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없어 일을 망치고,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충실하게 실행할 힘이 없어 흐지부지되고 마는 경우가
너무 많기때문에에 꾸리찌바의 이야기는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 황원종 기자 xchaos82@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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