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은 ‘혁명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크고 작은 혁명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물론 그 혁명들이 당시 사회체제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순된 사회구조에 대항하는 민중들의 몸부림으로,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혁명의 시대를 지내온 만큼 많은 혁명가들이 유럽에서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이다. 그녀는 1871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 출신의 혁명이론가로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두뇌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일반 대중에게는 사회주의 혁명의 와중을 살다간 ‘붉은 로자’라고 불린다. “공원의 끝자락에서 나는 한결 편안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거리의 전투나 감옥 속 나의 자리에서 죽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했던 로자. 이 책에서는 로자의 생애와 사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혁명가로서, 전설적인 사상가로서 표현되는 그녀의 삶을 더욱 가까운 시선에서 표현하고 있다.

  역사학자이자 전기작가로, 하원의원 등을 지낸 프랑스의 진보적 지식인 막스 갈로는 이 책에서 혁명가로만 알려진 로자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절름발이 유대인 여성은 그 당시 사회구조 속에서 소외받고 천대받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악조건들을 이겨내고 현실에 맞서 싸움으로써, 혁명가로서의 강철같은 삶을 살았다. 또한 그녀는 70여년 뒤에 일을 소련의 몰락을 예견하기도 했다. “소련이 그토록 빈곤하고 도식적이며 메마른 것은 민주주의를 배척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것은 그녀의 이론가로서의 탁월한 예지력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인간의 인간다움과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여긴 ‘이상주의자’였으며, 감옥에서 병사가 물소를 때리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따뜻한 인간이기도 했다.

  한편 레닌과의 논쟁에서는 “자유, 언제나 그것은 적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다”라고 외치며 “레닌은 방법론에서 완전히 틀렸다. 압류, 체포, 공장 책임자들에 대한 독재적 권한, 가혹한 처벌·테러를 통한 지배는 공포정치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회주의의 이상은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그녀의 사회주의 혁명의 내면에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존재한다. 거리의 배고픈 이들, 공장의 노동자들을 보며 그녀는 혁명을 꿈꾸었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의 도래에 있어서도 지배, 공포정치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의 도래를 염원한 것이다. 이 사회는 점점 물질화 되고 개인화 되어간다. 그 속에서 남을 향한 존중이나 애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의 혁명가로서의 불꽃같은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평등과 인간애야말로 이 시대에 절실한 가치임을 일깨워 준다.

/ 학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