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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어떤 중국 유학생은 “한국의 대학교와 중국 대학교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한국 대학교는 컬러사진이고
중국 대학교는 흑백사진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비유가 가당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것은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확실히 중국의 대학교는 한국
대학교에 비해 다른 점들이 많다. 우선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교육 시설이나 장비가 학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또 교육정책,
학교운영방식에서부터 학제,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같지 않은 제도와 환경에서 공부하는 중국학생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모습도 우리와 같지 않을 것이다.
먼저 중국과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 진학 과정부터가 서로 다르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대학 입시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점은
다를 바 없으나 경쟁의 결과는 같지 않다. 한국은 입시 경쟁의 초점이 명문대학이지만 중국은 입시 성적을 일단 대학 입학의 최저 점수선에 올리는
것이다. 한국은 대학 입시에 응시한 학생이면 명문대학 경쟁에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거의 모두가 다른 대학에 갈 수 있지만 중국은 입시 성적이
대학 입학 최저 점수선보다 낮으면 대학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혀 버린다.
해마다 대학 입시에 응시하는 학생 수는 다르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전체 응시생의 30%에서 40%까지 밖에
안되며 그 나머지는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 때문에 대학 입시 경쟁은 해마다 더 치열해지고 있으며 집집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교육열 또한 한국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학기마다 학교에서 공부 1등을 하던 한 초등학생이 어쩌다가
한번 2등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엄마한테 맞아서 생죽음을 당하는 끔찍한 일까지 생겼겠는가.
한국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면 개강·종강파티, MT, 대동제, 개교 기념축제, 가요제 등 대형 축제들로 명절을 지내는 듯한
분위기일 때가 굉장히 많다. 중국 대학에는 나라에서 특별히 기념하는 홍콩반환, 올림픽 개최신청, 또는 학교 체육대회, 신정(중국 대학들은
신정전에 방학을 하지 않는다) 등 특수한 기념일을 제외하고는 축제라는 것이 없다. 대학교에는 아예 학생들이 놀거나 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이 없으며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대학에 들어오면 거의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며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벌점이 주어지거나 지적을 받게 되어 학기말 종합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매일 아침 6시에 기상벨과 함께 일어나 아침 조기회를 한다. 오전 수업은 7시30분부터이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이나 교실에 가서 자습을 한다. 물론 어떤 학생들은 수업이 없는 여유 시간을 이용해 여러 가지 운동을 하거나 놀러도 다니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아침 7시부터 자습을 시작해 밥 먹는 시간만 빼고 밤 취침 전까지 줄곧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는 생활을 한다. 혹시 그
학생들처럼 밤과 낮을 이어가면서 공부만 한다면 질리고 지쳐서 못 살 것 같다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대학생들에게는 그런 생활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 대학생들 다수의 생활이 풍족하지 못해 나라와 학교에서 주는 얼마 안 되는 장학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들어 갈 때나 사회에 진출해 취직할 때도 역시 학습성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은 공부를 자기의 천직으로 삼고 피나는 노력으로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목숨걸고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해도 4년을 책상에만 마주 앉아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학교의 각종 행사에는 당연히 참가해야
하고 한 학기에 몇 번쯤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해야한다. 중국 대학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학생은 재학시 결혼을 하지 못하며 연애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음주도 불가이다. 그러나 이 모든 규정이 모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대학 캠퍼스에는 조용한 구석을 찾아다니며 연애하는 학생들이
늘 눈에 띄며, 평소에 남몰래 연애하던 학생들도 졸업할 때가 되면 공개적으로 애인 신분으로 함께 모임이나 파티에 참석하기도 한다. 또 애인끼리
같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학교에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 시절에 결혼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명절 연휴나 어떤 경사가 있으면 학생들이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음주가 지나쳐서 학교 규정을 위반했거나 공부에 영향이
미칠 때에는 가차없이 처분이 내려진다. 그 밖에도 학생들은 대학교 입학 기념일이나 신정때가 되면 자체적으로 노래와 춤을 준비해 학과별로 문예
경연 대회를 열기도 한다. 한국 대학생들의 생활에 비하면 너무 단조롭고 메마르다는 느낌을 주는 대학 생활이지만 중국의 대학생들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공부를 통해 능력과 꿈을 키우면서 성공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가고 있다. 그 걸음에 그들의 노력의 땀방울과 기쁨도 남아
있을 것이다.
▶ 다음호(279호)에서는 일본의 대학편이 이어집니다.
/ 이영옥(전 중국연대대 외어계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