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동·면 사무소로 달려간다. 출생신고를 하면 아기에게 자동적으로 번호가 매겨진다.
9501XX-XXXXXXX. 이것이 바로 주민등록번호이다. 한국의 국민들은 자신에게 매겨진 이 번호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 번호에
개개인의 수많은 정보가 전산화되어 있다는 것을 망각하기 일쑤다.
초기의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도입됐다. 당시 무장 공비 침투 사건과 정부의 반공정책 때문에 국가 안보가 주요 관심거리였다.
이 때 주민등록번호는 국가안보의 필요성 때문에 생겨나게 된 것이다. 처음 주민등록번호는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정해졌다. 그러나 간첩을
색출한다는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번호를 매기게 됐고, 6자리 숫자이던 것이 1975년 8월26일 이후부터 13자리의 숫자로 바뀌었다.
주민등록번호는 성별, 생년월일, 출생지역, 출생신고순위 등의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는 전산화돼 국민들을 쉽게 통제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또한 개인의 정보가 너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노출되면 각종 피해가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고 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각종 시민단체에서 지적되고 있다.
어떤 나라를 둘러봐도 이렇게 많은 정보를 질서있게 담아내는 등록제도가 없다. 독일과 같은 경우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 부여하는
번호가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받을 때마다 새로 주어진다. 개인의 인적정보나 그와 비슷한 사항도 담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개인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것은 독일과 마찬가지다.
한편 한국의 청소년들은 만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이라는 신분증을 발급받는다. 제때에 발급받지 않으면 경고문이 가정으로
배달된다. 그래도 만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성인이 되기 전 꼭 만들어 놓아야 맘편히 살 수가 있다. 통장을 만들거나 카드를
발급받는 등 개인정보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일때마다 주민등록증은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또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다.
주민등록증은 개인의 수많은 정보 압축판이다.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지문, 기타사항들이 들어가 있다.
2000년부터는 주민등록증이 전자화 되면서 개인정보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열 손가락의 지문은 고스란히
국가의 전산망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된다. 국가는 이런 방법으로 범죄자를 쉽게 검거하고 국가의 치안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것이
오히려 국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모든 국민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과 다를바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문날인거부운동’을 통해
주민등록증발급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동안 주민등록번호와 이를 담고 있는 주민등록증에 대해 아무런 문제없이 생각해온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 만큼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은 어찌보면 국민모두가 떠안아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 학술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