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가로막는 ‘언론사의 자유’

  사회부에서는 지난 3월부터 ‘개혁파 언론인’들과의 인터뷰를 연재 기획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현직에서 언론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MBC 미디어 비평』 최용익 팀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현재 『MBC 미디어 비평』을 통해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의 잘못된 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작년 초 『MBC 100분 토론』의 진행을 맡았을 때 ‘신문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언론개혁’의 취지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두고 수구 언론들은 정권이 세무조사를 실시하니 이와 입을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또한 권력화 되어 있는 수구언론들은 이러한 비평에 반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현 보수 언론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오만·독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언론 또한 언론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매체 비평을 통해 제3의 언론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개혁이라 하면 신문개혁과 함께 방송개혁도 포함된다. 세무조사와 함께 지난해 방송계에도 불었던 언론개혁의 바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한 앞으로 방송개혁에 있어서 필요한 기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통합방송법」제정으로 부분적인 방송개혁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합리한 점들이 존재한다. 한 가지 말하자면 아직 방송사가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방송위원들이 방송사의 사장을 선출하는 경우에도 구성된 위원들이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언론개혁’의 문제는 현 언론에 종사하는 언론인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자들이 ‘언론개혁’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은 없는가.

  기자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족벌 사주 체제 하에서는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체제에서 사주는 봉건체제의 영주와도 같은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때문에 기자들이 올바른 시각으로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힘들다. 우리나라의 신문 시장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이러한 족벌 언론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한겨레 신문』과 같이 국민주주로 되어 있는 신문, 『경향신문』과 같이 기자들이 신문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신문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대한매일』도 사원지주제를 도입해 독립언론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살펴보면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집위원들의 편집권, 정간법 개정안, 소유주주 제한 등의 법적 제재가 필요하지만 국회에서는 이러한 법률 추진을 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률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지 ‘언론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족벌 언론들은 ‘언론사의 자유’를 내세우는 듯 하다.

▲현직에서 느끼는 ‘언론개혁’의 어려움을 말해달라.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권력화 되어 있는 수구 언론들이 현직에 있는 기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들 언론들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복지를 위해 애써야 하는 언론의 의무는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행위만을 일삼고 있다. 언론의 기초는 ‘사실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이다. 사실 확인이 됐을 경우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 수구 언론은 세무조사관련 보도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중요 사안들에 대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가치관만을 개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것은 언론이 아니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사실왜곡, 과장축소, 전문성 부족 등을 일삼는 대표주자가 바로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이다. 김 주필은 언론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현직에 있는 언론인뿐만 아니라 시민운동 단체들 사이에서 ‘김대중 주필 퇴진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언론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이러한 언론인이 현직에 종사하며 국민 여론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와 더불어 현직에 있으면 자본주의 시대인 만큼 광고주의 압력을 받게 된다. 언론은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옳으나 현재 그렇지 못하다. 언론인들은 과거에는 가장 큰 장애물을 ‘정캄에 뒀지만 현재는 ‘자본권력’에 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한계점으로 생각된다.

▲ 『MBC』 자사 내 비판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어떻게 보안하고 있는가.

  물론 힘든 것이 사실이다. 같은 회사에서 동료들의 글과 방송 등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타 신문·방송들의 보도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타 매체 비평을 통해 『MBC』 내부에 자기 경고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선거 국면에 맞춰 언론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극우파가 집권할 시에는 ‘언론개혁’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때일수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구 언론은 자신들의 입맞에 맞지 않는 후보는 비난하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사설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일반 기사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비난 혹은 유리한 글을 쓸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이를 엄격히 지키고 있다. 국민들은 언론들의 여론 조작에 집중적 비판을 가해야 한다.

▲요즘 대학생 사이에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신문사, 방송사 입사는 ‘언론고시’라 불린다.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한다.

  국민, 다시 말해 독자를 대신해서 취재를 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반드시 이러한 특권은 제대로 쓰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정의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기자는 매일 매일의 역사를 쓰는 ‘역사갗이다. 시청자, 독자에게 올바른 보도를 하기 위해서 기자는 이기심·사심을 버리고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해야 함은 당연하다. 사회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회 정의를 위해 부당한 강자를 비판할 수 있는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정욱 기자 kjw030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