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을 한지도 어느덧 두달이 되어 간다. 3년6개월이라는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휴학 기간이 있어서 인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학교의 모습에도 이제는 조금씩 적응이 된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롭고 기이한(?) 풍속도에도……. 새로 생긴 건물들, 생명과학관, 학생회관, 구학생회관 자리에 들어선 외국어 연구소, E동 기숙사, 대운동장에도……. 그런데 도서관은 왜 안보이지?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나는 도서관 열람실을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복학후 보고서를 쓰기 위해 처음으로 4층 열람실을 들어선 순간의 느낌! ‘어, 왜 이렇게 좁아졌지? 이거 열람실 맞어?’  그래도 씩씩하게 내가 받은 표에 적힌 자리를 찾아갔을 때의 느낌! ‘내 자리 맞나? 왠 책이 이리 많을까? 잘못 찾아왔나?’ 표에 적힌 번호와 책상에 붙어 있는 번호를 대조하기를 몇 번, 좁은 열람실을 다 둘러본 후 내자리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상한 예감에 5층열람실까지 둘러본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이용하면서(중간고사기간을 거치면서) 이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림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은 독서실이었던 것이다. 『한림 학보』 92년 3월 26일자에 발표된 한림 대학교 발전 계획(1992-2001년)에 따르면, 도서관 건물은 96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신축한다고 돼 있다. 지금이 96년이니까 이 계획 대로라면 올 2학기부터 우리들은 독립된 도서관을 이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 수는 5천명을 헤아리는데, 도서관 열람실 좌석 수는 3년전과 틀려진 것이 없다. 구관 열람실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이렇게 도서관 평가 순위 13등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이렇듯 위에서 얘기했던 문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요즘 한창 학생회측과 학교측이 마찰을 빚고 있는 공간 확보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서관 열람실에 책을 두고 다니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도서관은 개인의 것이 아닌 한림인 모두의 것이다. 사설 독서실이나 고시원처럼 이용해서는 곤란하다. 분명 내자리인데도 책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앉기가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책상 위에 휴지, 물통, 치약에 칫솔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정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도서관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한림인 모두의 것이며, 따라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공 의식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지난 1학기중에 있었던 속칭 ‘일지매 사건(책 도난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 남명우 (철학과·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