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학술
[학술]현대 과학과 동양사상의 만남기계적론적 세계관에서 전일적인 세계관으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2.09.03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동양사상에서는 자연을 완전한 이상적 존재로 생각하여 자연과 합일된 삶을 살고자 하였다. 이것은 오랫동안 동양 학문의 목표가 돼 왔다. 서양 과학 사상이 수입되기 시작한 뒤부터 동양사상의 자연론과 학문적 정력은 서양 것을 배우고 모방하는데 집중돼 전통사상은 거의 단절될 위기를 맞았었다. 근현대에 있어서 과학의 독존적 지위는 동양 뿐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서양에서도 근세 이전에는 철학자가 사회적 지성을 대변했지만 자연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과학적 인식 방법이 보편적인 인식방법으로 되면서 형이상학적 사변철학이나 관념론적인 철학은 설자리를 잃어버렸다(동양사상이 사변적이거나 관념적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필자는 늦게나마 동양사상 특히 유학사상에 내포된 진리성에 대한 암시를 느끼며 경전의 가르침을 통해 유학사상의 깊이를 조금씩 느끼게 됐다.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장사상이나 불교사상에 대해서도 약간의 관심을 할애했다. 노장사상이나 불교사상은 유교사상과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자연을 대상적으로만 보는데 익숙하게 길들여진 자신에게 모든 삶을 주체적 삶의 측면에서 이해하도록 새로운 방법을 열어 주는 데는 동양의 모든 사상이 도움이 됐다.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한편 또 다른 의심이 깊어 갔다. 서양 과학자나 동양 고대의 사상가나 다같이 인간이며 이들이 문제삼고 있는 것 역시 동일한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동일한 인간이 동일한 세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전혀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혹시 서로 다른 관점과 다른 방법이 있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이며 이 둘은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하는 가운데 만나게 된 책이 카프라(Fritjop Capra)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이었다.

  동양사상의 측면에서 과학과의 만남을 생각하던 나에게 물리학 이론으로부터 동양사상과의 만남을 설명하는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주었다. 그 이후 카프라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이 번역·출판되자 이 두 책은 독서계의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그 이후 물리학자에 의해 저술된 현대 과학과 동양사상을 연결짓는 류의 책들은 거의가 잘 팔렸다.

“물리학의 새로운 개념은 우리들의 세계관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즉 데카르트와 뉴튼의 기계론적 개념으로부터 전일적인 생태적 세계관으로 변화한 것이며, 나는 이 새로운 세계관이 모든 시대와 전통의 신비사상의 견해와 같다고 본다”(『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머리말 中)

  카프라는 새로운 세계관이란 신비사상의 세계관 곧 동양 고대상의 세계관이라고 하여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은 절반 가까이 동양 전통사상을 설명하는데 지면을 제공하고 있다. 카프라에 의하면 뉴튼 이래의 고전 물리학의 세계관이란 질량을 가졌으면서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입자인 원자로 구성된 물질이 절대공간과 절대시간 가운데서 인과율에 따라 필연적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관의 주요 개념들은 현대 물리학의 이론에 의해 파괴됐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의 개념이 허구임을 밝혔으며 하이젠베르그의 양자역학은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인과율의 필연성을 파괴했으며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원자는 아원자 즉 양자와 중성자·전자로 이루어짐을 알게 됐다. 아원자들은 수많은 입자들이며 입자들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아니라 생멸하는 에너지 덩어리와 같은 것임이 드러났다. 물질세계의 근원적 입자가 원자라고 하던 생각이 무너짐에 따라 서양과학은 자연의 궁극적 실재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카프라에 의하면 현대 물리학에 의해 새롭게 이해된 실재관은 동양 신비주의에 의해 고대의 철인에 의해 인식된 실재와 같다고 한다. 우주란 더 이상 어떤 독립된 기본적인 구성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들이 그물처럼 서로 연결돼 있는 유기체적 전일적 존재라는 것이다. 카프라의 이러한 견해가 물리학자의 일반적인 견해는 아니며 그의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 역시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철학과 물리학의 만남』의 저자인 하이젠베르그(Werner Heisenberg)의 다음 말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류의 사상사에서 두 개의 사상의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풍요한 발전이 자주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으리라”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과학이 존재를 현상적 외부로부터 분석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한데 반하여 동양은 존재를 존재의 내면으로부터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한 듯하다. 이 둘은 만나야 하며 또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광호(철학과 부교수)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땀과 열정으로 달린다…‘Intramural League’ 개막
2
[보도] 인문대 보궐선거, 단일후보 ‘ZOOM:IN’ 출마
3
[보도] 춘천 대표 축제 함께 만들어가는 ‘깨비짱’모집
4
[보도] 돌아온 동아리페어에 캠퍼스 ‘북적’
5
[보도] “훌륭한 책은 반복적 노동의 결과”
6
[보도] 노래로 하나되는 한림합창단으로 모여라
7
[기획] 글 첨삭·말하기 지도상담, 학생들 소통 역량 키운다
8
[보도] “하루 감사글 5개·선행 1개씩 실천”
9
[보도] 일송기념도서관, 22~31일 도서축제 열린다
10
[시사] 공장 2곳에 불, 58시간 만에 진화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미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