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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노동자의 염원을 안고 출범한 「민주노총」이 한 돌을 맞았다. 현 정세와 관련, 다양한 「민주노총」평가가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부는 「민주노총」의 1년 활동을 평가해 본다.
우리나라 민주노동운동세력의 대표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현 정부가 구상중인 ‘신노사관계’의
추진기구인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와의 협상에서 근본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잠정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따라서 올
하반기 노동진영은 또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투쟁 목표로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 자주적 단결권의 조건없는 인정,
파견근로제 철폐, 노동시간의 단축없는 변형근로제 반대, 정리해고제 반대 등을 설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참여와 투쟁’을 기치로 내세워
「노개위」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한국노동조합총연합」과 「한국경제인총연합」이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교섭 체결권과 통신사업의 직권중재 문제 등을
합의하는 등 무성의한 「노개위」의 태도에 「민주노총」은 더이상의 「노개위」 참여는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10월2일 「노개위」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노동악법 철폐와 노동법 개정을 쟁취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중투쟁을 준비할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10월10일 성균관대학교 유림회관에서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오는 11월10일 이후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전’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개위」불참은 「노개위」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다시 참여할 수 있다는 ‘조건부
불참’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이 아직도 「노개위」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기점으로 계속된 민주노동운동의 결집체로서 작년 11월12일 역사적인 출범식을 가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90년 지역별 노조협의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최초의 전국적 노동자 조직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노동자
계급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한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 투쟁을 전개할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대표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올
11월로 출범 1년을 맞는 「민주노총」에 대해 노동계를 비롯해 각 사회, 종교단체 등에서는 지난 1년간 「민주노총」의 활동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출범에 이어 지난 2월 「금속연맹」이 산별노조의 선봉으로 노동계의 성원과 함께 출범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당시의
여세를 몰아 ‘투쟁적 동력’을 유지해 5월 말부터 이어지는 ‘96년도 임금단체협상투쟁(이하 96 임단투)’의 승리를 쟁취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 동력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지 못해 노동자들은 임단투에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최근 사회에 이슈화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 투쟁에서도 「민주노총」은 6월 ‘96 임단투’동력을 조직화하지 못해 현장 노동자들의 힘을 분산시키고 말았다. 「민주노총」은 정치투쟁
부문에서 자본의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노개위」에의 참여를 통한 노동법 개정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노개위」 참여 후 협상 주체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민주노총」은 노동자들로부터 ‘항목 맞바꾸기식’의 개량주의적 노동운동을 택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최근들어 경제가 어렵다는 ‘경제위기설’을 내세워 경제위기의 원인이 노동자들의 고임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둔화는 재벌들의 부동산 투기와 기술력 투자의 미비라는 측면에서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분석되며, 이는 새롭고 세련된 독점자본의
노동착취 방법인 유연 전문화(flexible specialization)를 중심으로 한 ‘신경영전략’을 정부차원에서 노골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자본과 친화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이러한 정부가 「노개위」를 내세워 노동운동진영과의 타협을
진행 중인 것은 내년 말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내적으로 진보진영의 주도세력인 「민주노총」을 「노개위」에 묶어두어 사회의 전반적
보수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또한 정부의 OECD 가입은 대외적으로 정권재개편을 위한 외면적 성과물을 임기내에 달성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노개위」 참여를 통해 근본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얻어낼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노동운동은 산별노조의 미완과 노동자 정당의 부재라는 현실에 처해 있음을 고려할 때 노동자에 대한 독점자본과 지배권력의 각종 이데올로기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본의 노동착취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의 유일한
대표조직으로서 일천만 노동자의 진정한 염원을 담아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먼저 자본의 논리를 옹호하고 지배세력의 권력유지를
위해 생겨난 「노개위」에서 완전 철수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재벌의 ‘신경영전략’에 의해 그동안 상실한 현장장악력을 정비하고 현장노동자들의
동력으로 한 대오를 형성하여 11월 총파업 투쟁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일천만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건설된 「민주노총」이 출범
1년을 맞으며 또다시 안게 된 새로운 역사 진보의 한 과업이다.
/ 김승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