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삶의 질의 세계화’, ‘최저생존권 확보’와 같은 구호의 등장과 함께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증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의 제기는 국민들의 사회복지에 관한 이해의 증진과 인식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복지의 ‘저발달’ 특성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대책은 국가나 사회 그 어느 쪽에서도 제시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의 사회복지 진전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올해의 국가예산편성 중 사회복지부문 내용을 검토해보더라도 과거의 소극적인 정책지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10% 수준으로 선진 복지국가들과 비교하였을 때 불과 1/5 수준이며, 또한 우리와 경제수준이 유사한 중상위소득국가군에 속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비교에서도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 사회복지부문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의 사회복지예산 확대가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이는 서구 복지국가들의 발전과정을 검토해 보았을 때, 사회복지부문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요인이 바로 국가의 복지책임성 확대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복지책임성은 사회복지입법을 통한 사회적 보호장치의 마련, 사회복지제도 운영에 필요한 재원의 적극적 확충,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민주적 전달체계의 형성, 관리행정체계의 효율성 확보 등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국가가 충실하게 수행해야만 확보가능하다.

  이 중에서도 사회복지부문의 발전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바로 사회복지체계를 구성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해 나가기 위한 국가의 사회복지재정 지출 확대이다. 이와 같은 국가의 복지책임성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사회복지재정 지출 확대, 즉 사회복지예산 확충으로 나타나게 된다. 국가의 사회복지재정 지출 규모가 확대된다는 것은 국민을 생활상에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체계의 완비정도가 진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가의 사회복지 재정지출의 증대는 국민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잔인한 시장체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직결되는 것이다. 역으로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출이 미약하다는 것은 수익자부담의 원칙과 같은 시장의 원리에 입각한 개인의 복지책임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사회와 같은 저열한 사회복지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복지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의 사회복지예산이 확충되어야만 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재정의 확충을 위한 대안마련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항 중의 하나가 남북분단이라는 우리사회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국방비 지출과 관련된 사항이다. 국방비 지출로 인한 예산구조의 경직성으로 인해 사회복지재정의 확대가 제약을 받아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전지구적 변화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군축과 평화체제의 구축울 통한 민주복지국가체제의 성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국방비의 감축과 이를 통한 사회복지재정의 확대는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임에 틀림없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문제를 시장의 원리와 가족책임의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현재의 복지 이데올로기는 폐기되어져야 하며, 국가의 복지책임성은 사회복지예산의 확대를 통하여 구현돼야 한다. 이는 국가정책의 권위주의적이고 시장기제적인 성격이 수정되어야 하며, 국가의 민주·복지성이 강조되고 확장돼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사회와 같이 사회복지정책이 저발달되어 있는 경우, 국민 개인과 가족은 시장에 완전히 노출돼 있어 시장의 폐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방어기제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과 가족의 생활 보장성과 안정적 재생산 그리고 사회의 건전한 발전이 담보될 수 있겠는가?

/ 최 균(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