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상과 문화들을 알아보고 현 상황 및 문제점을 진단하고자 한다. 또 문제점들은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그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①반공주의
②군사문화
③주류중심 문화

  흔히들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진정한 남자가 된다”는 말을 한다. 군대에 다녀오면 정신상태가 달라지고 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 그 곳에서 겪는 고생을 이겨냈다는 자부심이 평생을 간다. 지금 한국의 병역체제는 징병제이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 젊은 나이의 남성들이 2년이 넘는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 이러한 군대는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인식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거나, 다녀왔더라도 현역이 아니면 다른 남성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기업에 취직할때도 불이익을 받곤한다. 자연스레, 현역을 다녀와 더 고생했다는 사람들의 어깨가 올라간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군대에서의 고생이 상사에게 복종하고 비인간적인 대우에 적응하는 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징병제가 생긴 것은 일제시대이다. 1930년대 말 일제는 지원병부터 시작해 나중에 조선인 남성에게 병역의 짐을 지웠다. 이 때 교육·종교계를 장악한 친일파들은 민중들에게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 군대에 가서 영미 귀신과 싸워봐야 진정한 인간이 된다’고 퍼뜨렸다. 이들은 일제 시대가 지난 후에 자신들을 보호하려 반공을 주장하면서 ‘영미귀신’ 대신에 빨갱이를 끼워넣는다. 이들이 퍼뜨린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빨갱이로 대변되는 북한과의 싸움에 대비하는 훈련을 받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그 정신은 일제 군국주의의 잔재인 것이다.

  군대식 생활은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상명하달의 의사소통, 상사에 대한 복종, 사병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 생활화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 가다보니 사회에 나와서도 몸에 배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이것이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의 문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보수정치가 지배하는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군대는 사람들을 나라에 충성하도록 길들이는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또 고급 두뇌를 낙후시키고 인간성을 파괴시킨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군사문화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대학공간에서도 어김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학생들은 군대에 가거나 막 전역한 나이이기 때문에 군대의 문화에 더 익숙하다.

  대학내 군사문화에 대해 학생들은 물론 다른 평가를 하기도 한다. 승형중(언론정보학부·2년) 군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나이로 상하관계 질서를 만드는 등 권위주의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며 “대학내의 위계질서와 남성우월주의는 오히려 유교적인 영향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군대의 단점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끼리 일을 하면 체계가 보다 순조롭게 잡혀있어 일처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영경(사과·정외·4년) 양은 “대학내에서 군사문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과 술자리에서 선후배간의 대화나 MT장소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모아놓고 혼내는 것 소위 ‘굴리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양은 “남성우월주의도 군대에 의해 더 견고해진다”며 “어려운 일을 달성했다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해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여성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평가에도 불구하고 군사문화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대학내에서도 예외없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개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군사문화는 분명 이 사회의 강한 지배문화라고 볼 수 있다. 지배는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문화는 충분히 되짚어 봐야 할 사안이다. 진정한 남자로 태어났다는 자부심에 사로잡힌 남성 자신도 결국 권위주의적인 사회의 피해자일 수 있다. 한순간에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해도 문제를 지적하고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겠다.

/ 홍수경 기자 hsk@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