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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하버마스이론 비판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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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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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 구성에 대한 체계확장 외면

  하버마스가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그 이전에도 그의 이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는 데, 그의 방한을 계기로 그의 이론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더욱 높아 가고 있다. 우리는 이 짧은 지면에 하버마스의 그 풍부하고 다양한 이론 모두를 소개하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론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그의 이론의 방대함과 난해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그의 이론에 대한 막연한 신비함이나 경외감을 줄이고, 계속 그의 이론을 읽고 연구하려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이해를 주려한다. 또한 필자는 그의 이론이 갖는 문제점을 동시에 지적함으로써 그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도 동시에 마련해 보려 한다.

체계와 생활세계

  하버마스의 이론에 따르면 사회는 ‘체계’와 ‘생활 세계’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를 크게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의 네 하위체계로 나눈다면, ‘체계’에는 정치와 경제의 상위체계가, ‘생활 세계’에는 사회와 문화의 하위체계가 그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생활 세계는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서 사회의 규범을 구성해나가는 사회적 행위의 공간이고, 체계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 일치할 수 없는 요청에 의해,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적 행위의 공간이다. 생활 세계는 하버마스에게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의 의지와 자유에 따라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고, 체계는 강제적이고 억압적인, 또는 인간의 언어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공간이다.

체계의 생활세계로부터의 분리

  그는 이 두 개념을 가지고, 두 개념의 상호 관계에 의하여 역사의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잉여 생산물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물물 교환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생활세계로부터 체계가 분리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물물 교환의 증가에 따라 발생하기 시작한 경제적 부를 관리하고, 분배하기 위하여, 정치적인 권력도 파생되어 나오기 시작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체계가 생활 세계로부터의 분리의 과정이다. 처음에는 생활 세계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과정에서 생산력의 발달에 따라 경제적인 부가 점점 증가하고, 그에 따라 그 부를 취득하려하는, 그의 분배과정을 관장하려하는 정치적 집단의 규모도 점점 커지게 됨에 따라 체계가 생활 세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체계의 자율성이 증대하는 과정을 하버마스는 사회 진화론으로 파악하고, 역사 발전의 단계를, 체계의 생활 세계로부터의 분리, 체계에 의한 생활 세계의 식민화, 그리고 생활 세계의 부활로 기술하고 있다.

생활세계의 부활

  하버마스는 역사의 진화 과정에 따른 체계의 확장, 체계 자율성의 증대의 과정을 사회구성원들이 그들의 의사에 따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점차 앗아 가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그는 이 체계에 의한 생활 세계의 식민화를 사회 병리적인 현상으로 규정하고 생활 세계의 부활을 그 사회적인 처방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는 의사소통 합리성의 발견을 통해서 생활 세계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보고, 지금까지 사회학자들이 주로 체계의 확장만을 설명해왔던 것을 그들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곧 그들은 인류의 진화를 도구적 합리성에 의한 체계의 확장만으로 파악했지만,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의 합리성의 증대에 따른 생활 세계의 부활 가능성도 동시에 증대한다고 하는 것이다.

체계 자율성의 증대인가, 인간 자율성의 증대인가

  의사 소통의 합리성이 증대하려면, 한 사회 구성원의 자유로운 행위 영역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버마스는 그 근거를 찾기 위해서 철학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민 사회의 확보를 위해서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가를 논증하기도 하고 현실 속에서 그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역사의 과정에서 인간의 자유가 한편에서는 증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 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하고, 또한 그것이 증가하려면 어떠한 조건이 최적인가를 이론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하버마스이론 현실적합성을 고려해야

  하버마스와 같이 인류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사람이 우울한 미래관을 제시하는 사람보다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생활 세계의 부활이라는 하버마스의 희망은, 체계의 확장에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포섭되어 있는가를 그가 애써 외면하고 있음으로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그는 체계의 확장이 사회 구성원의 행위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돈이나 권력이라고 하는, 탈 언어화되어 있는 매체라고 하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여 강제된, 소외된 노동에 의한 체계의 확장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베버, 맑스, 루카치와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에 의한 물상화론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물상화론이 도구적 합리성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의 임금관계로의 포섭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물상화는 노동자가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으로서 사용자에게 팖으로써,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상품의 가치로 존재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물상화 과정은 자발적이기보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회적으로 강제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는 데, 이 과정으로부터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가를 탐구하지 않고, 생활 세계의 부활을 말하고 있는 하버마스의 이론은 올바른 산업 자본주의의 비판이론이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는 하버마스를 읽되, 그의 박식함에 그의 작업의 방대함에 놀랄 것이 아니라, 그의 이론의 현실 적합성을 고려하면서, 그의 이론의 한국 사회에서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읽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 이홍균(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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