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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그림짱과 글짱은 두 지붕 한가족
심훈 교수  |  shim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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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1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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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글짱 프로젝트’가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네 번째로 전해줄 글짱 노하우를 찾기 위해 평소에 틈틈히 아이디어를 적어놓은 수첩을 꺼내보니 앞으로도 이야기 할 것들이 스무가지는 족히 넘어보인다. 그 중 ‘단단익선,’ ‘주/술/목적어간의 호응’과 ‘첫 문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했으니, 다음에는 무엇을 고를 것인가 잠깐 망설였다. 목록을 재빠르게 훑어 나가다가 곧 한 주제에서 시선이 멈춰섰다. ‘그래, 이 타이밍에선 바로 이것이야.’ 수첩의 맨 마지막에 기록돼 있던 ‘글짱 되기’의 네 번째 필요 조건은 이름하여 ‘정밀화 그리기, 다른 말로 ‘세부묘사 잘하기’였다. 무슨 말일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친구는 어디에서나 인기가 많다. 같은 유머라도 그에게서 들으면 더 웃기고, 같은 장면을 설명해도 그가 하면 훨씬 생생하고 박진감 넘친다. 이유는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와 관련된 장면을 잘 그려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황을 재현하거나 구성하는 몸 동작도 폭소 유도에 한몫을 한다. 한번 생각해 보라. 춘천 마임 축제 공연을 보고 온 후 제출한 감상평에서 한 친구는 “뜨거웠던 열기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번 축제에서 시민들은 완벽히 하나가 됐다”와 같이 평이하고 특징 없이 나가고 있는 반면, 다른 친구는 “지난해보다 관객이 30% 이상 증가한데다, 공연 참여국도 지난해의 15개국에서 올해는 22개국으로 확대된 춘천의 마임 축제에서 주인과 손님, 공연자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가족이 됐다”라고 써 나간다면. 물론, 위의 경우에는 세부 묘사를 위해 기사 작성자가 나름대로 취재한 정보를 잘 활용한 경우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장면을 잘 구성하는 것이 왜 경쟁력이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묘한 속성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실례를 잘 들어줘야 이해가 빨라지는 인간만의 본능을. 강사가 강의를 진행해도 예를 많이 들어주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경쟁력에 있어 그림 그리기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다시 말해, 장면은 꾸밀수록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괜히 헛돈 써가며 재벌 또는 상류층의 삶을 자세하게 묘사하겠는가. 이들 집안의 풍경, 식탁에서의 식사 장면, 고급 승용차를 이용한 외출과 화려한 쇼핑 및 낙원으로의 여행 등은 시청자들에게 그림을 감상할 시각적인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글짱을 지향하는 여러분들은 독자와 시청자를 즐겁게 해 줘야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예를 한가지만 더 들어 보겠다. 필자의 ‘인터뷰 방법’이라는 수업에서 한 학생이 대단한 연구 업적을 쌓은 과학자들만의 회원 가입만을 허용하는 ‘국제 뫼비우스 클럽’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입성했다. 그의 전공 분야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는 나노 테크놀로지 분야. 그 사람과의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따온 학생은 제출 기사에서 “극세, 극소 기술의 대명사인 나노 기술은 무궁무진한 황금 시장의 열쇠나 다름없습니다”라는 과학자의 인용구를 실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노 기술이 어떻게 황금시장으로 갈 열쇠가 될지 궁금해서 그 학생이 과제와 함께 제출한 취재 노트를 펼쳐봤다. 그런데, 웬 걸. 취재 노트에는 과학자가 예를 들어 설명한 경우도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극세, 극소 기술인 나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면 초정밀 입자의 화장품을 개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색과 광택을 입히는 도장 등에서도 무궁무진하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결국 그 학생은 그 같은 그림들을 자신의 머리속에만 담어 두었을뿐,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는 실패했던 것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던 셈이다.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날카로운 관찰력과 풍부한 상상력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만난 지 1백일을 기념하는 연인들이 어느 무드 있는 장소에서 막 키스하려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최대한 진지하고 아름답게 그 장면을 묘사해 보라. 만일 여러분이 불과 5분도 안되는 이 찰나의 순간을 A4 용지 한 장에 꽉 채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다면, 그건 대단한 필력이다. 그러나, 평소에 이 같은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대여섯줄 정도에서 좀처럼 분량을 늘이지 못할 것이다. 정밀한 상황 묘사, 그림 그려내기 작업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그림을 좀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그리려는 의식적인 노력과 함께 묘사와 설명이 좋은 글들을 많이 접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일간 신문은 그같은 연습 상대로는 최고다. 특히, 최고의 부수를 자랑하는 일류지들은 더더욱이….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림짱이 되는 수월한 길일까. 필자는 예를 잘 들어주는 것과 상황을 잘 재연해 묘사하는 두 가지 방법을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꼽고 싶다. 한번, 필자의 글을 다시 둘러보라. 두 가지 기법이 적절히 혼용돼 장면들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지 않는가? / 심훈 교수(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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