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너희가 아직 상아탑(象牙塔)을 믿느냐? ‘오늘도 두꺼운 안경을 낀 교수님께서는 ‘철학’, ‘여성해방’, ‘진보’에 대해 강의한다. 많은 학생들이 뒷자리를 선호하고, 어떤 학생들은 이어폰을 낀 채 밀린 보고서를 쓰는 데 급급하고, 어떤 학생은 호시탐탐 강의실을 빠져 나갈 기회만 노린다’

  이것은 현재 대학수업의 한 광경이다. 우리는 교양수업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교양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복사물과 여행안내서와 같은 개론서를 믿을 것인가? 일방적인 지식전달, 학문탐구, 교단을 방패삼은 교수들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을 포기한 것인가? 아니면 10년동안 사용된 강의노트와 5년전에도 사용된 비디오 자료가 학생들의 수업열의를 꺾어 버린 것인가?

  대학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도서관은 고학년과 복학생들의 취업준비를 위한 개인독서실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개방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다수 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학부제, 과 통합은 대학생들의 연대를 전략적으로 차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총체적인 ‘대학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에서 대학은 더이상 ‘상아탑’일 수만은 없고, 기존의 ‘틀’만을 고수하며 위기를 외치는 학회는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안대학’으로서의 진보교육과 학생문화는 ‘실험적’이어야 한다.

  최근 다수 대학에서 위기에 대한 자성적 움직임으로 제2대학과 학회운동의 부흥이 논의되고 있다. 제2대학은 미래교육질서에 대한 자본과 국가권력에 대응, 미래대학의 자치에 대한 방향설정이 문제제기의 초점이다. 비판의식을 고양하고 의식화된 사람이 현실에 참여하는 사회적 실천과 성찰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성, 환경, 여성, 교육 등에 대한 진보강좌를 개설하여 진보학문이 대학에서 유통되게 하는 것이다.

  이미 고려대학교의 생활도서관, 서울대학교의 자치도서관, 연세대학교의 제2대학은 제도권 밖의 자치운동으로서 선례가 되고 있다. 최근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등 10여개 대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치강좌를 개설하고 수강생을 받고 있다. 이들은 소비구조의 대학을 지양하고 일회성의 소통의 장을 넘어 생산적 논의구조의 틀을 조직하고 강화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제2대학은 총학생회와 학회를 중심으로 한 학기를 분기별로 강좌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며 일정을 정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제2대학의 강좌를 살펴보면, 언론강좌 ‘현실 진보 언론의 시작과 현실, 그리고 방향’, 환경강좌 ‘서구 녹생당의 사례와 한국의 환경운동, 성강좌 ‘성정치와 성교육’ 등이다. 그러나 강좌중심과 일반학생들에게 제2대학을 알리는 작업들이 중심이 되어왔고, 급진적인 강사의 강의내용으로 학문적 접근에만 치중하는 미숙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제2대학은 특정 정파의 운동의 일환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것은 기존의 학회가 가진 한계점, 80년대의 학회가 가졌던 선전·선동, 학생운동의 사상적 배경이나 정치운동의 지원후방으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학회들과의 연대를 맺고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적, 정치적 사업들을 통해 대학인들의 정신적 뿌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 다시 대학의 위기를 자본주의 교육제도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환원시켜, 국가와 자본주의에 발을 맞출것인가? 아니면 이제 손을 들어 반(反)의 방향으로 대안을 찾을 것인가?

/ 여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