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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펴라
심훈 교수  |  shim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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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3.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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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어느 기관에서 직업별 평균 수명을 조사한 적이 있다. 상위 10개 직업 가운데서 가장 단명하는 직종은 소설가였고, 기자는 3위인지 5위에 랭크돼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글쟁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예인 셈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이에게 제일 심한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좋은 글감을 찾는 일이다. 글 쓰는 데는 도가 텃으니, 일단 글감을 정하면,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눈을 휘어잡고, 본인의 필발을 일필휘지 날릴 수 있는 그런 글감은 머리가 하얗게 세고, 담배로 온 몸이 찌들어야 비로소 나오게 마련이므로. 해서,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서는 남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요리감을 알아 보는 눈이 남달라야 하고, 냄새를 맡는 후각이 뛰어나야 한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음식 재료들 가운데 요리감을 고르는 작업은 그래서 더더욱 어렵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와 고등어, 갈치, 꽁치, 조개 등과 같은 어패류, 콩나물, 도라지, 미나리 같은 나물 속에 식욕을 돋굴 오늘의 저녁감을 골라야 한다.

  필자가 전해주고 싶은 첫 번째 요령으로는 계절을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요즘 같은 봄에는 구수한 냉이국이 가족들의 잃어버린 미각을 돋굴 수 있다. 신선한 각종 나물들로 비빔밥을 만들어도 식구들의 눈매가 달라질 것이다. 글감으로 따진다면 시사적인 것을 고르라는 얘기다. 일진회와 독도 사태가 대부분의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이들 화제로 글의 서두를 전개하는 것만큼 눈길을 끄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것들이라 서론 정도에서 눈길을 끄는 정도로 거론돼야지 이들로 본 요리를 만들려 한다면 식구들의 젓가락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남들보다 많은 요리 재료를 눈에 담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고르기도 쉽고 만들 수 있는 요리 수도 늘어날 테니. 시장에는 가자미, 게, 오리 고기 등이 널려 있는데, 요리를 해본적이 없어서, 또는 요리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글로 표현하자면 이 같은 작업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일단 남들보다 많은 이야기 재료를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도 보고, 책도 많이 읽고, 신문도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지나는 길에 받은 전단 한 장, 신문에 끼워있는 광고지 한 개, 담벼락에 붙어있는 포스터 한 장을 그냥 지나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기자나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나 시인들의 관찰력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존재한다. 우리나 그네들이나 마주치는 정보, 접촉하는 뉴스는 엇비슷하다. 문제는 스치듯 지나가는 글감들을 아무 생각 없이 왼쪽 귀에서 오른쪽 눈으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머리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어디에 있는지 찾아 꺼낼 수 있도록 몸으로 익히는 것이 관건이다.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이 같은 고도의 작업이 잘 진행되리라고는 결코 기대하지 말라. 평소에 글 쓸 일이 없는 이에게는 이 같은 작업들이 무의미할 테니.

  음식과 요리를 기다리는 친구가 어떻게 요리감과 요리 과정에 대해 논할 수 있겠는가. 결국 문제는 직접 요리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부엌에 들어가 프라이팬을 들어봐야 요리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어제 벌어졌던 황당 사건, 자신의 의도와는 달랐던 폭탄 선언, 뜨끔했던 경험들과 기분 나쁜 대화는 그래서 우리가 필요 하는 순간, 좋은 글감의 소재와 첫 문장이 돼 우리 앞에 나타난다. 생각은 글감을 부르고, 관찰은 또 다른 소재를 데려오게 마련이다. 머리를 쥐어 뜯더라도 억지로 글을 써 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훈(언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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